원래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이 번 여행의 컨셉은, 돌이켜보면 쇼핑이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여행이었다. 슬슬 재미가 떨어지는 직장생활에, 심각해지는 인간관계, 게다가 하지정맥류~ 그냥 쉬고 싶었다. 쉬다가, 걷다가, 책이나 읽으며, 늦잠 자다가,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면서, 주섬주섬 먹고 싶음 먹고 마시고 싶음 마시고 그러려고 했다. 근데 생각보다는(!) 많이 돌아다녔고, 크, 정리하면서 보니 돌아다닌 게 거진 다 재래시장, 나이트바자, 선데이마켓, 와로롯, 쏨펫, 마분콩, 짜뚜짝, 수상시장, 위험한 기찻길 시장 등등등 그냥 온통 시장과 쇼핑몰이다. 내가 이렇게 상당한 쇼퍼홀릭인줄 처음 알았다. 뭐랄까? 래어 아이템을 득템하는 기분이랄까? 돈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특이한 아이템을 얻는 재미가 너무 ..
4년 전 일본 자전거 여행을 끝으로 10일 넘는 여행은 못 갔다. 직장에 올인하면서 가능한 모든 시간을 끌어모아서 자전거로 제주일주한 게 다였다. 해마다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놀러갔지만 여행은 점점 강한 중독을 필요로 하는지라...50일 유럽 자전거 여행 이후로는 좀체 성에 차지 않았다. 이제 갈 때가 되었다, 못 참겠다, 그렇게 마음 속에서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질렀는데 의외로 직장 동료들이 잘 이해해줘서 마음 편히 다녀왔다. 여행 기간은 4월 22일에서 5월 3일까지 총 11일이었고 비행기는 진에어. 조금 더 일찍 비행기표를 샀다면 더 싼 게 있었겠지만 미리 미리 여행을 계획할 처지가 아니라 다소 급작스럽게 결정하고 떠났다. 여행자 천국이라 불리는 태국을 여행지로 선택한 건 첫째는 ..
설연휴 때 모처럼 쉬게 되었다. 집에 있어봐야 재미도 없고 겨울산행도 너무 그립고 해서 모처럼 등산을 했다. 겨울산행에서 대피소를 운영하는 국립공원은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딱 세 곳. 지리산, 설악산은 가봤기 때문에 덕유산으로 선택했다. 소백산맥을 따라 줄 지어 있는 소백산, 태백산, 덕유산, 지리산은 대체로 능선을 타기가 쉽고겨울에 환상적인 눈꽃을 볼 수 있어 좋다. 눈으로 뒤덮인 겨울산, 특히 능선을 따라 산행을 하면지붕처럼 하늘을 가린 나뭇가지와 상고대를 보며 한없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덕유산에 스키장과 곤돌라가 없었다면, 그래서 사람이 더 적었다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을 한다. 그 만큼 산행하는 순간만큼은 그 감상을 온전히 내 것으로 전유하고 싶은 욕심이 든다. 눈내린 직후에 갔으면 더 좋..
연휴를 내기 힘든 이 즈음 놀러가야지, 놀러가야지 계속 다짐해도 시간이 안났다. 아무리 잔머리 굴려봐도 당일치기로 가장 쫀쫀하게 노는 방법은 역시 산행이었다. 새벽 1시 광주행 막차를 타고 4시 조금 넘어 광주에 도착하니 영암가는 첫차가 금방 있었다. (왜 월출산이었냐면 순전히 론리 플래닛 한국판에 실린 구름다리 사진 때문이었다.) 버스 타고 영암도착해서 다시 택시타고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니 대략 5시 30분쯤. 사방은 고요하고 아직 해는 뜨지 않았고 예상대로 춥다. 시골의 새벽은 항상 예상보다 더 추워서 정신이 버쩍난다. 이제 정신을 차려, 몸이 신호를 보내온다. 아무리 유명한 곳이라도 비수기엔 역시 사람이 없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휴일에만 몰아서 어디를 간다. 그래서 내가 어딘가를 가면 항상 사람이 ..
여행을 많지도, 적지도 않게 다녀 보았다. 여행 다닐 여건이 되는 한 퍼질러 있지 않고 다닐만큼은 다닌 정도다. 국내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곳을 뽑으라면 역시 제주도 우도를 꼽겠다.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쪽빛 바다. 그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국내 여행지를 원한다면 단연 우도를 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어디를 가도 비슷하기 마련인 국내 여행지. 특히 유명한 곳일수록 엠티 이상의 분위기를 내기 힘든 국내 여행지와는 차원이 다른 진짜 '그림같은 풍경'이 여기에 있다. 제주도 여행 넷째날은 오신생 민박집에 짐을 풀고 우도를 다녀왔다. 느즈막히 일어나 자전거에 간식과 물만 챙겨서 여유롭게 나섰다. 마음껏 그냥 놀기로 작정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날씨도 엄청 좋았다. >> 부서지는 햇살...
>> 평화박물관을 나와 제주 남부로 향하는 길...집집마다 걸린 표지판이 이쁘다. 평화박물관을 나와 제주 남부로 향했다. 올레길로 치면 8 코스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조금만 더 가면 제주도에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중문 해수욕장 일대다. 관광단지답게 여기 저기 호텔도 많고 도로는 시원시원하다. 길은 대체로 얕은 오르막이 계속되기 때문에 자전거로 달리기 은근히 힘들었다. 올레 7 코스 주변에는 외돌개를 비롯해 유명한 관광코스가 많은데 자전거 여행이었기 때문에 바다를 오른쪽에 보고 달릴 뿐, 유명 관광지는 대부분 그냥 지나쳤다. 자전거 여행에서는 굳이 관광지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다. >> 올레길로 수시로 빠졌다가 다시 길을 달린다...쇠소깍. 법환포구와 외돌개를 지나 올레 싸이트에 소개되어 있는 ..
작년 9월에 2박 3일로 제주도 올레에 다녀왔다. 1코스와 7코스를 돌았다. 그리고 한 달 후, 제주도가 너무 좋아서 자전거로 제주도를 일주했다. 10월이면 다소 늦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차라리 조금 늦게 오길 잘했다 싶을 정도로 제주도 날씨는 그럭 저럭 따뜻했고 바람은 시원하고 하늘은 파랬다. 별 준비없이 떠난 여행, 저가항공에 힘입어 제주도는 무척 가까운 곳이 되었다. >>자전거 여행에서 가장 힘든 점은 자전거 운반. 그런데 김포공항 1층 화물센터에서 2만원 정도를 받고 포장을 해주는 서비스가 생겼다. 전용 박스까지 갖춰져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어찌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오전에 출발해서 점심 지나 제주에 도착했다. 1만원을 내면 자전거 박스를 보관해주는 곳이 있더라. 제주도 여행 가는 사람들이 늘어..
일본여행기도 마지막이다. 유럽여행기가 1년도 더 지나 끝난 점에 비추어보면 일본 여행기는 그래도 빨리 끝나는 편이군. 보름도 안되는 여행이라서 할 말도 많지 않고... 1. 일본에 다시간다면 나는 도쿄 시내에 있는 오타쿠 샵에 가고 싶다. 애니메이션과 프라모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일본은 고향같은 곳이 아닐런지...ㅋㅋㅋ 산에 올라보고 싶다. 한국과 식생이 비슷하지만 좀 더 덥기 때문인지 숲이 울창하고 깊은 느낌이 들었다. 깊은 숲 속에 들어가 나무에 둘려싸이고 싶다. 북해도에 가보고 싶다. 조성모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북해도는 한없이 고요하고 로맨틱한 분위기, 김전일에 등장하는 북해도는 음산하고 고독한 북해도. 그 어느 것이든. 하라주쿠나 시부야 같은 번화가에 가보고 싶다. 처음 일본에 간다 했을 때..
>> 배려와 미루기 일본에 대해선 늘 많은 말을 듣는다. 어릴 적에는 대부분 책에서 접한 내용을, 이제는 미디어에서 접한다. 텔레비젼이든 포털이든 일본에 대한 이야기는 늘 차고 넘친다. 역사나 정치 문제로 반일감정이 심한 탓에 욕도 많고 애니메이션, 음악, 영화 등 일상 깊숙이 들어온 일본문화에 대한 호감 때문에 칭찬도 많다. 일본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 온다. 한국어 강사인 누나는 수강생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본 사람들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래 저래 일본은 이제 정말 가까운 나라가 되었다. 언제나 일반화의 오류는 조심해야 겠지만 마음대로 느낀 것을 적어본다. 일본인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행사에 들러 만난 아나키스트들과, 빌려 쓴 숙소에서 만난 일본인들 몇몇을 제..
1. 축소지향의 일본인?? 실용적인 일본인?? 축소지향적이다.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일본인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본 표현이기도 하다. 책으로만 미지의 세계를 만나던 시절, 게다가 민족주의적 열정이 후끈 후끈 달아오른던 시절이었다. 말 속에 편견이 있음은 물론. 한국인들은 일본인을 무시하는 의미에서 저 말을 자주 쓴다. 상대를 비꼬려는 의도가 좀 우스워 보인다. 조그만 자가용이 아주 많다. 주차 공간을 최대한 아끼려고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뒷부분이 티코처럼 납작한 차들이 아주 많다. 프라모델이나 피규어, 분재만 봐도 그렇고 음식도 아주 조금씩만 나온다. 소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김도 조그맣고 반찬 그릇도 조그맣다. 어떤 의미에서는 축소지향적인 게 실용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여행기록을 재밌게 봤다는 이야기에 또 몇 달 만에 글을 쓰는 이 한심한. 오늘은 모처럼 쉬는 날 뒹굴뒹굴 거리다 생각나는 대로 떠 써내려 간다. 디카가 없어 사진을 못 찍었으니 친구들에게 사진을 받아야 하는데 그마저 소극적. 일본 여행기는 아무래도 비주얼이 떨어질 듯. 말로 때우는 자전거 여행 기록이다. 오늘은 대략적인 경로를 이야기해보자. 일 본 여행에서는 경로를 미리 짜두지 않았다. 그냥 일본에서 산 지도를 따라 가능한 최단 거리로 달렸다. 산지는 최대한 피하려고 했지만 일본도 산이 많아서 완전히 평지로만 달리기는 어려운 일. 길은 대부분 국도를 따라 달렸다. >> 한꺼번에 주차해 놓으면 볼 만하다.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일본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24시간 편의점. 일본 발음으로는 콤비니. 한국에서..
이번 일본 자전거 여행 일정은 대략 보름 정도였다. 그 가운데 실제 자전거로 이동하는 날은 대략 7~8일. 일단 부산까지 이동한 후 -> 오사카행 배를 타고 -> 도쿄까지는 자전거로 이동한 후-> 도쿄에서 대략 비비적대다가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단계별로 상세하게 서술해보자. 1. 서울->부산->오사카로 이동 자 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자전거가 얼마나 강력한 이동수단인지 알게 된다. 사람의 몸으로 직접 움직이는 수단 가운데는 가장 빨라서 나중에 이동한 거리를 보면 자신이 놀랄 정도다. 그렇지만 자전거를 쓰지 않을 때는 자전거는 엄청 짐스럽다. 크기나 무게가 만만치 않아서 운송이 매우 불편하다. 그나마 자전거 전용 공간이 있는 유럽은 좀 낫지만 한국에서 자전거로 일상을 영위하기란 참으로 힘겨운 노릇이다. 그래..
2005년 7월~8월 사이 자전거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해외 여행도 처음이었고 자전거 여행도 처음이었다. 첫 여행이긴 했으나 친구들의 도움 덕분에 그럭저럭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기간이 50일 가까이 되었기 때문에 초보 여행치고는 배운 게 제법 많았다. 그래도 첫 경험인 만큼 모자란 게 많았는데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고 했으나 특히 장비 부족으로 고생이 심했다. 그 때 느꼈던 부족함, 아쉬움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일취월장, 업그레이드한 장비를 갖추고 일본에 갔다.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서는 장비를 제대로 갖추는 게 제일 중요하다. 지난 번 여행에서는 장비가 어설퍼서 개고생 장난 아니었다. 다음에 자전거 여행 가면 제대로 준비하겠다고 두고 두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자전거보다 두 배는 비싼 장비를 새로 달고 ..
이렇게 급(??)마무리 하려던 여행 계획이 아니었는데...늘 시작은 거창하고 끝은 개판이듯...지루함과 게으름을 핑계로 하루 하루 미루다가...보석처럼 빛나던 여행의 느낌은 점점 희미해지고 이젠 팩트조차 가물가물. 오래된 파피루스 문서처럼 살살 기억을 되살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시점. 그래서 지금 끝내야 한다는 조바심. 마무리는 해야겠고, 왜냐면 마무리 없는 연재란 이상하게 찜찜하고, 숱하게 만들었다 없애버린 포털 싸이트 아이디와 미니홈피와 이메일을 생각하면, 이젠 기록 했다가 뭉텅이로 버리는 일은 그만 하겠다고, 천 년 만 년 진보넷 블로그를 쓰겠다고 마음먹었잖아. 그래도 다행인 게 여행 중 일기를 엄청 많이 써두었다. 그 내용을 토대로 이제 마무리를 해보려고.. 그냥 순서 없이 전체적인 ..
대체 이 유럽 자전거 여행 기록은 언제적 이야기란 말인가? 이 기록은 일찍이 끝났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2년전 기록들이 끝나기도 전에 일본으로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마음이 급해진다. 이젠 이 글을 마무리짓는 게 숙제처럼 느껴지는 단계에 이르렀다. 일본 수기를 쓰기 위해 서둘러 유럽 수기를 끝내기로 결심을 한다. 과연 결심은 결실을 맺을 것인가? 관광, 여가 문화 오늘 쓰고 싶은 이야기는 관광이나 여가 문화에 관한 것이다. 유 럽 여행 도중에 가장 많이 생각했던 주제 중에 하나였다. 1.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가? 이 주제는 나날이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주제인데... 잘 먹고 잘 사는 게 관심사인 이 땅에서도 삶의 질과 연관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매일 같이 인터넷이나 뒤적이며 시..
[여행기록4] 유럽인의 생활 2 교통편 사람들은 여행에서 특별한 걸 기대한다. 화려한 축제나 이벤트 같은 것들. 유명한 관광명소나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 다 좋다. 그리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그런 곳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왕 온 거 볼 건 다 봐야한다. 파리에 가서 에펠탑 안 가볼 수 없고(그냥 크기만 하다) 벨기에가서 수제 초콜릿 안 먹어볼 수 없다. 그렇지만 역시 사람들의 일상을 보면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운다. 사람들의 일상에는 삶의 철학이 있다. 무엇 하나 고민없이 이루어진 삶의 양식은 없다. 그래서 마냥 신기하고 재밌다. >>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가장 많은 것을 느낀다. 독일에서 본 위로 매달린 전철(??) 한국의 일상과 너무나도 달라 생각할 게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교통수단을 대하는..
[여행기록3] 유럽인의 생활 1 3-1 집 >> 첫 발을 내디딘 곳. 독일 마인츠. 낯선 동네 풍경은 어디나 그림같다. 프랑크 푸르트 공항에 내려서 처음 도착한 곳은 마인츠. 독일 북서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라인강을 끼고 있다. 평화운동가들이 처음으로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준 곳이기도 하다. 처음 마인츠에 들어서서 느꼈던 생각은 마을이 참 이쁘다는 것과 마을 구조가 사람살이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아파트와 빌딩, 그리고 왕복 8차선을 가득 매운 자동차로 가득한 한국의 도시 구조와는 사뭇 다른 느낌. 아파트를 좀처럼 찾기 힘들고 높은 건물도 별로 없다. 물론 큰 도시로 갈수록 높은 건물이 많이 보이지만 그래도 서울이나 뉴욕 도쿄와 같은 풍경은 아니다. 파리에서는 옛모습을 보존하고 난개발을 막으려고 건..
[여행기록2] 자전거로 이동하기 휴..여행기록 정리하기 장난 아니다. 수천 장 가운데 쓸만한 사진 고르고 크기 조절하는 것만도 정말 일이군. 2-1 자전거 해체, 조립하기 >> 자전거를 해체하고 나서 상자에 담아 화물로 날렸다. 그리고 공항에 내려서 다시 재조립. 자전거 여행은 해체, 조립 과정으로 시작되었다. 출발 전날 미리 모여 해체했는데 처음 하는 작업이라 역시나 실수투성이. 자전거 가게에서 미리 얻어 둔 상자에 담으려면 길이, 높이, 폭을 조금씩 줄여야 했다. 완제품을 포장했던 상자가 아닌가봐. 아무튼 조금 작다. 살짝 아쉽다. 길이를 줄이려고 앞바퀴를 풀었다. 나사식이 아니라면 좀 더 편하겠지. 높이를 줄이려고 안장과 손잡이를 풀었다. 폭을 줄이려고 페달을 풀었다. 여기서 왕창 실수. 페달은 일..
[여행 기록 1] 떠나자 1-0. 결심하기까지 모처럼 시간이 나서 넉 달도 더 지난 여행기록을 쓰고 있다. 듣기 편한 음악을 틀어 놓는다. 꼭 ‘바람’이 들어가는 노래로. 여행은 바람 같은 거니까. 어디에서 불어 와서 어디로 흩어지는지 알 수 없는.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늘 두렵고 불안하지만 알 수 없는 설렘으로 가득한. 어느새 넉 달도 더 지난 여행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은 한 권 가득 채운 일기 덕분. 매일같이 일기를 썼다. 다시는 이런 기회가 안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 가슴으로 느꼈던 모든 것, 머리로 고민했던 모든 것을 다 남기고 싶은 마음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썼던 일기가 노트 한 권을 꽉 채웠다. 이 분량은 평소 일기의 2년치 분량 정도 된다. 운만 좋으면 ..
여행은 끝났고, 일상이 여행처럼 바뀌는 것 아닐까 기대했지만 일상은 견고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모든 게 그 자리에 있었다. 가족은 한결 같았고, 졸업과 돈벌이에 대한 걱정은 잠시 유예된 것뿐이었고, 왕복 6차선 도로를 꽉 메운 차들은 하루 종일 매캐한 연기를 내뿜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지나치게 바쁘고, 끊임없이 만능이 될 것을 요구받는 사람들은 동시에 절대 튀지 않으려 애를 쓴다. 그리고 개그콘서트는 여전히 재밌다(마빡이 미치겠다). 1.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난 분명 많은 걸 기대했다. 그리고 여행은 기대이상이었다. 여행은 50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기엔 충분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가 두드러지진 않겠지만 두고두고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예감. 무..
수감기록을 쓰기로 마음먹고 1년이 지났는데 글은 고작 두 편. 아마 여행 수기도 이럴 지 몰라... 그래도 그냥 꾸준히 쓸랜다. 천천히... 아무튼 컨셉은 정해놓은 바 없지만, 대략 생각하기를... >>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쓰자. >> 사진을 겯들인다. >> 시간순은 아니다. >> 그 때 그 때 여행의 기억이 필요할 때마다 쓴다. 재밌을 거 같다. 아래 사진은 연속촬영에 꽂힌 다음, 프랑스 무슨 무슨 정원에서 찍은거다. 매일 저런 기분으로 살 수는 없겠지만 그 기분 무척 그리워질 때, 여행기록을 들춰봐야겠다. 누구나 그렇듯, 나도, 가끔,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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