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 매니아까지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주 초보도 아닙니다. 그냥 직장인으로 틈날 때마다 휴가내서 자전거 여행을 떠납니다. 유럽이랑 일본 자전거여행 다녀왔고 국내 자전거여행도 틈틈이 갑니다.그런데...... 여행갈 때마다 블로그 검색을 많이 하는데 모두 천편일률적인 정보자전거여행에 실질적 도움을 바라는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경주만 해도 그렇습니다.자전거여행에 좋다고 말은 많이 하지만 막상 검색해보면 정보가 다 고만고만합니다. 특히 유명관광지중심으로 정보가 나오는데 정작 자전거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길(루트)에 대한 정보가 거의 나오질 않습니다. 목적지와 목적지를 이어주는 경로 말입니다. 간단하게 10km 내외 정도 타실 계획이거나경주시내 유적지 정도 돌아보는 것으로 충분한 분들은 안 보셔도 됩니다..
경향신문, '[사유와 성찰]위력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기사 참고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08242030005 어제 타임라인에서 이 글이 가장 많이 보였다. 지금 시기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성찰이 돋보이는 글이었기에. 이런 기분 저마다 다르지만 학교, 군대, 직장 등 삶의 현장 곳곳에서 느끼지 않을까?내 경우엔 감옥이 그런 곳이었다. 일상적으로 굴러가는 시스템 속에 드러나지 않는 숨막힘. 어차피 1년 6개월만 지나면 된다는 생각이었기에 그냥 참자는 컨셉이었다. 그래도 성격상 가끔 쏟아져 나왔다.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사동마다 소지가 2명씩 있다. 제소자 중에 죄질이 무난한 사람을 뽑아서 사동 잡일을..
오랜만에 인터뷰 인터뷰 내용은 여기로 : www.podbbang.com/ch/6645 1. 예전에는 병역거부 자체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사회적 인식 자체가 부정적인데 극복이 되겠냐는 거다. 그런데 이제 제도가 들어서는 단계가 되자 대체복무에 대한 구체적 질문이 많이 나온다. 특히 남북이 대치 중인데 국가안보에 문제가 되지 않느냐는 질문은 거의 사라졌다. 남북화해모드가 중요하게 작용했겠으나 애초에 문제가 되지 않을 부분을 공포감만 이용한 게 아닌가 싶다. 2. 병역거부를 한 계기를 묻는 질문은 인트로 성격으로 항상 나온다. 예전에는 남들이 감화될만한 내용을 억지로 준비했는데 이젠 그냥 무덤덤하게 답한다. 너무 오래됐고, 실제로 당시엔 이런 저런 이유를 들었으나 지금 와서 보니 그냥 군대에 안 맞는 사람이..
1. 나는 비폭력주의자다. 태생적으로 곱디 고운 정서를 가져서 그런 게 아니라 병역거부를 하고 내 안에 내재된 남성성과 폭력성에 대해 성찰하고(오글거리는데 뭐라 표현할 말이 없다) 억지로 누르고 노력하고 그렇게 오랜 시간 체화되어 지금은 자연스러워졌다. 2. 한국사회 비폭력은 뭔가 개념이 너무 왜곡됐다. 대표적 비폭력 저항인 시민불복종은 법이 정의롭지 못하면 그 법을 어겨서라도 싸우자는 거다. 시민의 정의가 법보다 우선하니까. 그냥 시키는대로 하자는 게 비폭력이 아니다. 원래 비폭력 저항은 권력자들이 말하는 질서유지 같은 거랑은 완전 거리가 멀다. 비폭력 투쟁의 대표적 사례인 간디의 소금행진 같은 경우 막으면 그냥 간다. 그래서 막 총에 맞고 그러면서도 그냥 간다. 자신들에게 정당성이 있다는 믿음이 있으..
(2006년 1월 14일에 썼던 글이다. 1월 14일은 박종철 열사 기일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영화 이전부터 박종철 열사라는 창을 통해 1987년을 기억했었구나.) 1.학생운동을 시작했을 무렵, 학생회실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쌓여있던 수많은 책들. 지난날 학생운동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는, 수많은 팜플렛과 소책자들. 그 가운데 '그대 온몸 깃발되어'라는 책이 있었다. 그것은 합법적인 출판이 불가능하던 시절에 나왔던 해적판 박종철 열사 평전이었다. 2.역사는 기억을 둘러싼 싸움이다. 한 편, 역사는 망각과 선택을 둘러싼 싸움이기도 하다. 과거사 청산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은 요즘, 전쟁의 상처와 기억이란 주제로 고민이 많은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이 늘었다. 사람들은 달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많은 열사 추모..
박명수같은 투덜이도, 정형돈같은 내성적인 사람도, 정준하처럼 조금 뒤쳐지도 사람도 모두 끌어안고 가는 유재석. 그만한 남성 리더쉽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고, 그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내뿜는 케미를 지켜보는 재미에 지난 십년 간 무한도전을 대체할 만한 프로그램은 없었다.프로레슬링 마지막회 만신창이가 된 정형돈을 보호하려고 일부러 자기 무릎을 던진 유재석과 그걸 알고 유재석을 꼭 끌어안은 정형돈. 배경에 흐르는 Ben folds 과 스틸컷. 그거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프로레슬링 특집은 가장 감동적인, 하강을 예비하는 절정이었다. 그래서 그걸 지켜보는 감정은 복잡했다. 정형돈이 방송 복귀후에도 무한도전에 결합하지 않은 선택이, 너무 깊이 이해가 됐다. 그 절정의 순간에만 나올 수 있는 감동은 가슴 ..
MBC 드라마 리즈시절이던 2000년대. 주말 저녁 시간대는 대체로 가족드라마가 대세였다. 2005년 드라마 편성이 빵꾸나서 임시로 때우려고 제작한 옴니버스 드라마 을 감옥에서 봤다. 채널 선택권도, 심지어 TV를 끌 권한도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드라마를 못 봤을 것이다. 그렇게 보게 된 이 드라마가 내 인생 최고의 드라마다.부모님 없이 큰 자매 배두나(동생)와 배종옥(언니), 배종옥의 남편 김창완은 모두 드라마 속에서 실명으로 나온다. 배종옥과 김창완 사이에서 자란 딸 보미 역은 고아성. 김창완의 남동생이었다가 MTF로 성전환한 김혜정 역에는 하리수가 나온다.이 드라마는 등장인물과 배경은 끝까지 똑같지만 매주 2회씩(토/일) 주인공이 바뀌는 형식을 취한다. 주제어는 모두 '사랑'이다. 1, ..
2017. 08. 30. 상암동 MBC 로비 이근행 MBC 노조 조합원(전 위원장) "여러분에게 힘이 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참 판단이 어렵습니다. 제가 전임 위원장이 아니라 조합원으로서 또 똑같은 욕망과 고민을 지닌 한 인간으로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감정이 메말랐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그렇게 됐습니다. 원래 예민하기도 하고 감정과잉이 있어서 늘 애쓰기는 합니다. 예전에는 눈물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수년 새 많이 달라져 버렸습니다. 눈물이 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어제 조합에서 구로 유배지 촬영을 왔었습니다. 양효경이 울었습니다. 한참 울었습니다. 말을 하다가 같이 울었습니다. 저는 제 눈물샘이 작동한 걸 그 순간에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아, 효..
여행을 가기 전에 사전조사를 상당히 꼼꼼하게 하는 편이다. 관련 여행프로그램 다운받아 보고 블로그에 올라 온 여행기도 엄청 뒤진다. 교통편도 알아보고 지도에서 직접 거리도 재본다. 직접 걸어갈 수 있는지, 자전거로 가능한지, 어느 방향으로 돌 때 더 효율적인지. 충분히 만끽하기 위한 다른 길은 없는지, 어느 시간 때 어디를 가야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지 등등. 선택 장애가 있는 사람은 이렇게 여행 준비하면 머리 터진다. 포기가 빨라야 주어진 일정에 충실할 수 있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고 나면 선택을 해야 한다. 아주 많은 시간과 돈이 주어져 있지 않은 이상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충족시킬 수 없다. 동남아 여행은 워낙 많이 가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태사랑(www.thailove..
앙코르톰 내부에는 볼 게 상당히 많은데 바이욘 사원 외에도 바이푼 사원과 코끼리 테라스가 볼 만하다. 관광객 누구나 다 가는 코스이기 때문에 대체로 사람들의 동선을 따라가면 된다. 소요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체력이 허락하고, 유적에서 숨은 재미를 발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시간을 넉넉히 잡고 보기 바란다. 반면 체력이 저질이고, 그다지 호기심도 별로 없다면 그냥 뚝뚝기사가 안내하는대로 핵심만 보고 후루룩 후루룩 넘어가면 된다. 주변 일대에 사원이 워낙 많아 점과 점을 찍듯이 후루룩 지나가도 시간 자~알 간다. >> 바이푼 사원. 사원은 대체로 급경사다. 오르내리는 일도 만만치 않다. 오르고 나면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꽤나 멋지다. 이런 저런 호기심을 가지고 보는 편이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저..
둘째 날 늦게 일어나서 호텔 조식을 먹고 점심 무렵 드디어 앙코르 유적을 보러 갔다. 보통 많이 알고 있는 앙코르왓은 수많은 앙코르 유적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한국으로 치면 고려시대와 비슷한 10세기 전후 캄보디아 지역을 차지하고 있던 크메르 제국. 그 제국의 수도가 앙코르(현재 시엠립 지역)였고 앙코르에 지은 수많은 사원 중 하나가 앙코르왓이다. 크메르 제국 왕들은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임 중 저마다 사원을 지어 대서 사방에 앙코르 유적이 넘쳐난다. >> 오늘 주로 이야기할 앙코르톰 바이욘 사원에 새겨진 얼굴상 부조 >> 앙코르 유적군 입장권 뒷면 수많은 유적군은 통합 패쓰를 통해 관리한다. 시엠립과 앙코르왓 중간 쯤에 매표소가 있고 캠으로 찍은 즉석 사진이 박힌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다. ..
여행기간 : 2017년 1월 25일 ~1월 31일 동남아시아를 처음 여행한 건 2006년인가 유럽자전거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베트남 무이네에서 일주일 정도 머무른 적이 있다. 50일간의 자전거여행으로 너덜너덜해진 몸을 회복하려고 먹고 자고 수영하기만 반복하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그다음은 직장생활 하면서 휴가를 몰아 10여 일 정도 일정으로 태국을 두 차례 갔었다. 동남아시아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냄새다. 처음엔 참 힘들었지만 지금은 너무 편해진 그 특유의 냄새. 아주 어렴풋이 기억나는 어린 시절, 지금 세계에는 없는 냄새 같아서 그립기도 하고 그 그리움을 한켠에서 밀어내려는 묘한 불편함이 섞인 그 냄새. 시엠립 현지시간 밤 12시. 공항을 나가자 마자 초여름 같은 미덥지근한 공기와 함께..
이번 여행지에 들고 온 소설책은 김연수의 . 시공간을 되돌리며 끝끝내 해석되지 않는 것들을 잡으려 노력했던 김연수 소설은 에서 절정을 찍었던 것 같다. 적당히 대충 갈무리하고 스스로 타협하며 마음 편한 길을 갈법도 한데 그는 절대 후일담 소설에 머무르지 않고 갈 때까지 가보기로 한 사람처럼 지난 시공간을 끊임없이 되돌리고 되돌려, 다시 해석했다. 그래서인지 여행지에서만 느끼는 알 수 없는 고요함이 밀려들 때, 김연수 소설을 읽는다. 지난 여행지에서는 를 읽었던가? 정신없던 하루 일과가 끝나고 숙소에 와 누우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선 소리에 문득 내가 전혀 해석할 수 없는 세계 속에 들어와 있음을 느낀다. 그때 타임리프를 한 듯한 그의 소설을 읽으면 그 외로움과 낯설음이 배가되어 역설적으로 여행이 더 여행..
Axiom은 수학 용어로 공리를 뜻한다. axiom의 어원은 그리스어 단어인 axioma에서 왔으며 '그 자체로 명백한 진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수학에서 공리는 증명하지 않고 참으로 받아들이는 명제를 의미한다. 즉, 논리의 출발점이다.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에서도 수학은 부분적으로 발전했다. 그리스와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도 제법 높은 수준의 수학지식이 사용되었다. 어떤 내용은 그리스보다 앞선 것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지식은 결코 학문으로 정립되지 못했다. 차라리 측량에 가까웠다. 수학은 측량을 위한 보조도구에 불과했다. 높이가 같은 원뿔과 원기둥의 부피비가 왜 1:3이냐고 물으면 이집트인이나 메소포타미아인은 실제로 원뿔과 원기둥 모양의 그릇을 만들어 부피를 측정했을 것이다. 원뿔에 물을 가득 담..
- 2006년 작성한 글 1. 야생의 여성성이라는 도발적 문제제기 정확히 구분 짓는 것은 위험하지만 대체로 80년대 여성소설이 민중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여 자본주의나 가부장제와 같은 거대담론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90년대 여성소설은 여성억압의 원인을 좀 더 미시적인 권력관계나 다양한 생활문화 영역 속에서 찾으려 노력했다. 동시에 그 동안 수동적이고 나약한 것으로만 받아들여졌던 여성성을 긍정하고 재규정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전개되었다. 그 결과 오늘날 여성 고유의 내면심리, 사고방식, 생활방식 전반에 관한 논의가 넘쳐나고 있으며, 이제 여성주의 담론이 당당히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여성문학 역시 문학의 주요한 영역으로 그 자리를 굳혔다.2000년대 들어 연애나 결혼 문제를 쿨한 감수성으로 그려내거나..
- 2006년 작성한 글. 1.영화 [살인의 추억]을, 몇 년 전에 봤을 때, 송강호가 첫번째 희생자를 발견했던 그 장소에서, 하염없이 슬픈 눈으로 빈 공간을 응시하는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순간, 난 그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했다. 줄줄흐르지도 않고, 엉엉 소리가 나지도 않는, 그 눈물은, 꼭 그럴 때 그렁그렁하게 맺힌다. 그리고 [빛의 제국]을 읽으면서, 갑자기, 그렇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송강호의 눈빛이 떠올랐다. 맹목적이었든, 합리적이었든, 지나간 열정은, 이유없는 회한과 서글픔을, 아주 오랫 동안 남긴다. 2.후일담 소설이 많았다. 90년대 중반에는 부정하든, 긍정하든, 타협하든, 외면하든, 부채의식이 시달리든, 계속 지난 날들을 의식했다. 오랫동안 거부감 때문에 외면했었던 무라카..
- 2006년에 작성된 글1. 작가 소개 성석제(成碩濟) :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문학사상]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1994년 짧은 소설 모음집 를 내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95년 [문학동네]에 단편소설 를 발표했으며, 1997년 단편 으로 제30회 한국일보문학상을, 2000년 소설집 으로 제13회 동서문학상을, 2001년 단편 로 제2회 이효석문학상을, 2002년 소설집 로 제33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소설집으로 , 장편소설로 등이 있다. 2. 줄거리 사내가 탄 차는 다리 난간을 들이받고 떨어지는 중. 지상 100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자동차가 바닥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4.5초. 사내는 그 시간 동안 지난 자신의..
- 2007년에 작성한 글 1. 나도 소설을 왜 읽는 지 많이 궁금했다 입학 당시 가입했던 문학 동아리는 이미 균열의 조짐이 드러나고 있었다. 세미나에서 다루는 소설과 평상시 즐겨 읽는 소설의 간극은, 딱 그 만큼 현실에서 욕구 차이를 드러냈다. 여전히 몇몇은 운동에 관심을 보였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았다. 끝끝내 지키려는 사람은 갈수록 소수였고 그나마도 소설을 매개로한 건 아니었다. 소설이 진실을 알리고, 역사를 가르치고, 현실을 비판하고, 그래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밀알 한 톨 만큼이라도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은 신앙 같은 것이었다. 그래야만 한다는.그래서 그랬나. 그 때는 왜 그렇게 후일담 소설들이 많이 나왔는지 이해도 못하니까, 비관이 난무해도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를 읽으면서 뭔가 잃었다고..
- 2007년에 작성한 글. 1. 소설을 읽다가 '앗, 이거 내 얘기다.' 싶은 소설을 만나면 몰입하든지 도망치든지. 2. 지나치게 짧고 건조한 문장들. 인과관계 없이 계속 나열한 사건들.너무나 많은 상처가 일상이 되어버린 탓에 슬픔은 언제나 속으로만 배어들고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고, 외로워도 외롭다고 말하지 않고,더 좋아질 거라고 말하지도 않고, 더 좋아질 거라고 기대도 하지 않고,그리워도 그립다 말하지 않고그냥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 마음을 열 듯 열지 않고, 마음을 닫을 듯 사람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답답해/답답해/답답해/답답해/미칠 것처럼 답답해그런데 공감이 가는 걸 어떡해? 3.희망이 없다 말하는 거 같지는 않다.위로받을 수 없다 말하는 거 같지는 않다.누구랑도 소통..
- 2009년에 작성한 글 1. 신인 소설가 주이란이 조경란의 [혀]가 자신의 작품을 베꼈다가 주장하면서 한 동안 화제가 되었던 작품. 표절 논란이 없었다고 해도 이 소설, 즉 조경란의 [혀]를 읽었을 것이다. 자극적인 소재에다, 그 소재를 둘러싸고 벌어질 사태의 전개가 자못 궁금하기도 했고 (난 추리적인 요소가 강한 소설, 즉 분석해야 하고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을 좋아한다.) 음식을 소재로 인간의 심리를 어떻게 분석할지 작가의 관점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읽어야 할 책 목록에만 저장해 두었다가 조경란과 주이란의 [혀]를 동시에 사서 읽었다. 2. 미식가라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시시로 침이 고일 것이며, 때로는 식탐을 참지 못해 음식을 먹으면서 이 책을 읽을지도 모르겠다..
- 2009년에 작성한 글 얼마 전 씨네21에서 에 대한 영화평을 보고 이 번 만큼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에서 최근 까지 그와 그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들려왔다. 남이 평가하면 덩달아 평가하고 싶어지는 심리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를 끝내 안봤던 것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로 표상되는 미국식 정의와 착한 마초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휴머니즘과 정의감으로 무장한 보수라해도 강자와 약자의 논리를 버릴 수 없는 한 그게 그거다. 개화한 마초와 여성의 관계 역시.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많이 힘들었다. 씨네21에서 보았던 영화평 때문에 처음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미국 보수주의가 지난 단점까지도 모두 떠안고 가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유언장을 미리 보는 것 같다는. ..
아주 오랜만에 소설책을 한 권 읽었다. 황정은 소설집 . 소설은 참신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뭔가 부족한 느낌은 서사가 부족한데서 오는 것 같다. 집요하게 어떤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만 뚜렷한 스토리나 인과관계는 별로 없다. 애초에 스토리를 구성할 마음도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어떤 상징적인 장면이 하나 떠오르면 반복적이고 감각적인 표현을 통해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만 그 상황은 어떻게 비롯되었고 어떻게 결론나는가에 대해 별 말이 없다. 소설가는 오직 죽음에 대해, 죽음을 매개로한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만이 자신을 살게 한다는 듯 작정하고 외롭고 쓸쓸한 소설을 쓴다. 단편집에 있는 모든 소설이 죽음을 주제로 다루지는 않지만 소설 전반에 죽음의 기운이 아주 짙게 배어 있다. 살아도 산..
1. 치과 옆에 헌책방이 있다. 덕분에 치과에 갈 때마다 헌책방을 들른다. 헌책방은 아주 오랜 만이다. 이십대 후반에 습관적으로 헌책방에 갈 때가 있었다. 모든 게 좋았다. 좁고 어두운 통로, 오래된 책냄새, 조금 텁텁한 먼지 냄새, 무심한 듯 쉬크한 주인장, 열에 아홉 제목을 알 수 없는 재즈나 클래식, 그리하여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한 편안함. 헌책방의 기억은 자연스럽게 어릴 적 다락방으로 옮겨간다. 엄빠는 당시 교육 때문에 서울로 이사온 대개 부모처럼 백과사전, 전기전집, 국내소설전집 등 엄청난 양의 전집류를 사두었다. 보통 그런 것은 별 의미없이 책장 한 곳을 차지하다 조용히 먼지가 앉으면서 잊혀져 간다지만. 엄빠가 종일 집에 없어 심심했던 나는 다락방에서 책을 뒤지며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거기에..
중3 때 등장한 서태지는 말그대로 대세였다. 야자할 때 워크맨 듣고 있는 애들 대부분 서태지 앨범이 장착되어 있을 정도였다. 1집 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분위기가 점점 달아오르더니 2집 '하여가' 때는 사방이 온통 서태지 천지였다. 지금이야 음반은 아이돌 1등 만들려고 공구하는 거 말고(10만장 넘기는 걸그룹은 소시, 퉤니원, 카라 정도 뿐이다.) 시장이 다 죽다시피 했지만 당시는 좀 잘나가면 100만장 넘기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동네마다 음반 가게 한둘쯤은 있기 마련이었는데. 동네 음반 가게에 줄서는 걸 본 건 서태지 2집 발매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발매 첫 날 1차 주문량이 다 나갈 정도였다. 서태지 외에 듀스, R.ef, 솔리드 등 몇몇 그룹들이 아웅다웅하고 있었고 신승훈과 김건모가 ..
1. 아침/저녁 막장 드라마가 주부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처럼, KBS 정통사극은 장년층 남성을 대상으로 한다. 매번 비슷한 권력투쟁 구도, 느린 전개, 유사한 캐스팅, 전형적인 문어투 대사와 뻔한 행동묘사 등 재미있는 요소가 하나도 없었다. 유일하게 본 KBS 사극은 [불멸의 이순신]으로 감옥에 있을 때 채널선택권이 없어 억지로 본 게 전부였다. 반면, 2000년대 중반 MBC는 다모-대장금-궁으로 이어지는 퓨전사극을 선보여 사극의 고정관념을 깼다. 다양한 소재 발굴, 파격적인 역사 해석, 대화/의상/무대장치 등 현대적 요소의 과감한 차용, 빠른 전개 등으로 사극과 일반드라마의 경계를 허물었다. 정도전은 그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타기를 해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KBS에서 낸 정통사극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
0. 은 친구 말대로 조금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몇 가지 이유로 아주 재밌게 읽었다. 김애란에 대한 편애, 성장소설에 대한 선호(죽음과 대면하는 성장소설이라니..), 어쩐지 최근에 가까워진 병/몸/죽음과 같은 단어에 대한 궁금증. 1. 어릴 적부터 잔병치레가 거의 없었고 입원한 경험도 없다. 그냥 건강한 몸을 믿는 편이었고 대체로 알아서 회복했다. 약도 거의 먹은 적이 없었다. 감기에 걸리면 일부러 약을 안 먹기도 했다. 주로 이열치열로 이겨냈다. 두툼한 옷을 입고 보일러를 빵빵 틀고 이불은 잔뜩 뒤집어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자고 일어나면 나았다. 자전거를 타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여러 번 났는데 그 중에 두 번 정도는 꽤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 때도 그냥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고 다시 몸은 제자리로 돌아왔..
태국을 또 여행할 일이 있을까? 아마도 한 동안 태국은 선택지에 빠져있을 것이다. 가보고 싶은 곳은 너무 많고 기회는 부족한데 태국은 벌써 열흘 씩 두 번이나 여행을 했다. 충분하지 않아도 적당히 찼다는 느낌은 받을 정도. 그래서인지 두번째 태국여행은 태국이 너무 가깝고 편하게 느껴졌고 그 만큼 설레임은 덜했다. 이동하고, 먹고 자고, 흥정하고 사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고 시행착오없이 대체로 빠르게 선택했다. 여행일정도 미리 다 짜놓지 않아도 그 때 그 때 기분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며 여유롭게 잘 즐겼다. 언제부턴가 제주도가 옆 동네 정도로 느껴지기 시작했다면, 태국은 이제 서울에서 부산가는 정도의 느낌이 들 정도다. 다음에 혹시 태국에 갈 일이 있다면 남부 해변으로 가서 조금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
산은 사시사철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데, 그 중 겨울산의 백미는 역시 상고대를 비롯한 눈꽃. 소백산, 태백산, 덕유산, 지리산 등 백두대간 끝자락에 위치한 소백산맥 능선을 따라가는 산행은 겨울산을 만끽하기 좋다. 한적한 등산로, 드센 바람, 그와 대비되는 고요함, 상고대와 눈꽃... 겨울산에 가면 날씨와 시간에 따라 극단의 평온함과 공포심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더 많은 장비와 체력이 필요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만큼 몸도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특히 컴퓨터와 스맛폰에 적응된 눈이 어느 순간 확 트이면서 개안하는 기분을 느낀다. 하루 동안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오게 된다. 한 번 다녀오면 또 가고 싶지만, 자주 가기엔 체력소모가 크다. 해마다 거르지 않고 한두번씩 가주면 딱 좋다. 구..
산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매니아라고 하기는 뭐하고 그저 일 년에 몇차례 꼬박꼬박 가는 것으로 만족하는 수준인데. 그나마 대체로 겨울산에 대한 기억이 전부라, 한 번 쯤은 단풍놀이를 제대로 가보고 싶은 생각에 설악산을 찾았다. 국립공원 중에 산장을 운영하는 곳은 설악산, 덕유산, 지리산 세 곳 뿐. 게다가 설악산 가을 단풍이 절정이라는 10월 중순에 산장예약하기가 이렇게 대단한 것인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오전 10시부터 인터넷 예매가 시작되는데, 미리 로그인을 해놓고 초를 다투며 광클해대는 사람들. 며칠 지켜본 결과 10초도 안되어 죄다 매진이 되는데 어느 날은 무려 4초만에 모든 자리가 매진되더라.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어디나 방법은 생기기 마련. 수시로 들어가보니 예약취소로 나온 ..
구례구역 쯤오면 섬진강은 강다운 규모로 느리고 완만하게 흘러가고, 강은 많은 사람들을 품고 살아간다. 별 준비없이 하루 여행으로 섬진강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구례구역을 기점으로 삼으면 참 좋을 거 같다. 이보다 더 위로 올라가면 강이라기 보다는 개천이나 계곡에 가깝고 사람도, 마을도, 상점도 거의 없어 자체적으로 준비해와야할 게 많다. 구례구역에서 화개장터 가는 길에는 강변을 따라 벚꽃이 늘어서 있다. 유명한 화엄사와 쌍계사도 있다. 벚꽃은 졌고 이제 보통 잎푸른 나무로만 보이지만 이 또한 충분히 매력적이다. 봄이면 사람, 차, 노점으로 가득했을 도로는 한산하고 벚꽃나무가 만든 그늘로는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계곡처럼 시원하다. 그렇게 차가 없는 도로를 자전거로 한참 달리니 기분이 너무 좋아 자전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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