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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사시사철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데, 그 중 겨울산의 백미는 역시 상고대를 비롯한 눈꽃. 소백산, 태백산, 덕유산, 지리산 등 백두대간 끝자락에 위치한 소백산맥 능선을 따라가는 산행은 겨울산을 만끽하기 좋다. 한적한 등산로, 드센 바람, 그와 대비되는 고요함, 상고대와 눈꽃...


겨울산에 가면 날씨와 시간에 따라 극단의 평온함과 공포심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더 많은 장비와 체력이 필요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만큼 몸도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특히 컴퓨터와 스맛폰에 적응된 눈이 어느 순간 확 트이면서 개안하는 기분을 느낀다. 하루 동안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오게 된다. 한 번 다녀오면 또 가고 싶지만, 자주 가기엔 체력소모가 크다. 해마다 거르지 않고 한두번씩 가주면 딱 좋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 엄청난 바람이 만들어내는 눈안개 때문에 전방 10미터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눈을 붙들고 있는 앙상한 겨울 나무들이 부연 안개에 흐려져 소백산 전체가 환타지 영화를 연상시키듯 귀귀하고, 연화봉에서부터 이어진 능선을 따라 가다 마지막 비로봉에 오르는 능선에서는 바람에 몸이 휘청일 정도. 


계획을 짤 때 희방사->비로봉->천동 코스는 대략 6~7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소개가 되어 있다. 그런데 겨울산이고 중간에 30분 정도 길을 잘못 들기도 했고 함께가는 동료도 있고해서 이러구러 8시간 정도는 소요되었다. 아무래도 겨울산행에서는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겠다. 해질녘 겨울산은 겁나 무섭다. 게다가 5시면 해가 진다. 천동에 내려왔을 때 5시를 훌쩍 넘겼는데 인적드문 산에서 멧돼지를 만나 겁나 식겁했다. 너무 놀라서 어찌해야하나 망설이는 와중에도 깝치다가 더 표적이 되기 쉬울 거 같아서 놀란가슴 부여잡고 가만 서 있었는데 그게 적절한 대처법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말로만 듣던 멧돼지의 크기는 정말이지...모노노케 히메에 나오는 옷코토누시를 만난 것처럼 살벌했다. 




참고로 소백산 산행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청량리역(6:40)-희방사역(9:00)-연화봉-비로봉-천동-주차장 버스정류장(5:45)-단양버스터미널(6:30)-동서울






>> 아직도 너와 지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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