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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에서 빗겨간 섬진강


여행을 가기 전에 블로그 위주로 여행기를 많이 읽는다. 보통 누구나 검색으로 알 수 있는 정보 이상을 얻으려 할 땐 사람 경험만한 게 없다. 그런데 섬진강 자전거여행을 검색하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블로그를 보면 여기저기 스폰을 받아 광고가 들어간 홍보성 여행기가 꽤 많다.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강마다 자전거길이 놓이고, 4대강 종주 인증용 수첩과 스탬프가 생기다보니 섬진강 여행 관련 포스트에 대부분 4대강 사업 얘기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대체 자전거여행기를 쓴건지 4대강 정복기를 쓴건지 구분 안 가는 포스팅이 부지기수.


섬진강은 한국에서 4번째로 긴 강이다. 그러나 정작 4대강 사업에서는 빠졌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자전거길은 여름을 경과하며 파손된 곳이 부지기수다. 보가 물의 흐름을 막아 수질이 나빠졌다. 그 결과 녹조라떼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자체들 환심 사려고 지은 쓸데없는 건물과 부대시설은 예산만 낭비하는 골칫거리가 되었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 70%가 넘게 반대했지만 말도 안되는 이유를 갖다대며 강행했다. 그 때 사람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전거길을 내세웠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자전거도로가 생겨 전국 어디나 강을 따라 여행이 가능하다는 거였는데. 자전거를 아끼는 입장에서 자전거도로가 4대강 사업 홍보 수단으로 쓰이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자전거를 타는 게 무슨 정치적 의미 따위 없을 수 있지만, 최소한 자전거여행기를 4대강 관련 포스팅으로 도배하는 건 좀 안했으면 좋겠다. 원래 가장 아름다운 강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4대강 사업을 빗겨간 덕분에 섬진강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여행이었다. 여행 내내 쓸데없는 4대강 사업에 휩쓸리지 않아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번 갔던 여행지 다시 찾는 경우가 드물지만. 섬진강 자전거여행 꼭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 다른 계절에 다른 느낌으로. 



>>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인증센터. 사실상 여기가 섬진강 자전거여행의 출발점. 



신구의 조화, 인위적이지 않아 더 아름다운 섬진강 자전거길. 


올레길로부터 시작된 걷기 열풍 이후 전국 방방곡곡에 고유명칭을 단 길이 수도없이 생겼다. 4대강 사업을 열심히 욕했지만, 물론 섬진강에도 자전거길이 생겼고 길을 내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좋은 길은 좋은 기운을 준다. 좋은 길을 한마디로 정의할 순 없지만 섬진강 자전거길은 대체로 잘 만들어진 길이다. 우선 섬진강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크다. 이미 나 있는 길을 최대한 활용해서 둑방길, 농로, 국도, 다리 등을 최대한 잘 활용했다. 구간별로 도로를 새로 닦아 효율적으로 연결했고, 새로 지은 구간이 있어도 인위적인 느낌이 나지 않아 좋다. 꼬불꼬불한 강의 흐름을 억지로 바꾸지 않아 강둑을 따라 계속 길을 내기가 어렵다. 자연스레 길은 강 좌우를 넘나들고 때에 따라 강으로부터 멀어졌다가 다시 강을 따라 흐른다. 그래서 섬진강 주변의 다양한 면모를 만끽할 수 있어 지루하지 않다. 전부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표지판도 잘 되어 있다.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과도하게 자연에 손을 대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걸 섬진강 자전거길이 잘 보여준다. 

특히 수량이 적어 강이라기보다 아직은 계곡에 가까운 상류를 지날 때 길을 훨씬 다채롭게 펼쳐진다. 


>> 의도한건지 아닌건지 모르겠는데 물이 도로 위로 넘쳐 자전거가 지나가면 물보라가 일어난다. 수량이 많으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물보라를 튀기며 강을 건너는 신나는 경험이었다. 



>> 향가터널은 지금은 쓰이지 않는 도로를 자전거 전용 도로로 쓰고 있다. 여행 당시 7월 중순으로 엄청나게 더웠는데 터널안은 냉장고 속처럼 시원하다. 



>> 자전거길은 테두리를 파란색으로 칠해두었고 표지판도 잘 되어 있다. 아직 백퍼 완성은 아니라 가끔 집중을 해야 하지만 전반적으로 훌륭한 편. 


>> 새로 닦은 길에 폭우가 훑고 지나간 흔적. 


>> 새로 닦은 길. 시멘트가 굳기 전에 동물이 지나가 발자국이 곳곳에 남았는데 이게 어찌나 정겹던지 한참을 쳐다 보았다. 새 발자국도 보인다. 




>> 도깨비가 나타나던 마을이라고. 전해오는 이야기를 특화시켜 조형물을 설치. 최근에 만든 듯한데 그냥 그랬다. 


>> 해질녘 섬진강 상류 풍경. 강변에 매력적인 한옥 민박이 있었으나 가격이 비싸 머물지는 못하고. 시원하게 물 한 잔 얻어먹고 출발. 


둘째날 라이딩. 구례구역에서 마무리 


둘째날 대략 100km 정도 타고 구례구역 근처에 있는 여관에서 잤다. 섬진강 상류에는 숙소가 거의 없다. 물이나 먹거리를 사 마실 곳도 거의 없다. 미리 먹을 것을 사두는 게 좋다. 풍경은 지루할 새 없다. 강은 차라리 계곡에 가깝다. 구례구역에 가기 전까지는 거의 마을이 없다. 여행 계획 짤 때 이 점 명심. 


>> 중간에 먹을 곳이 거의 없다. 장군목 근처에 있는 섬진강 마실휴양숙박단지. 숙소에 딸린 매점에서 컵라면으로 아점 해결. 친절한 매점 아저씨가 직접 물도 끓여주고 햇반까지 말아 먹고 끼니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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