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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지역에서 1박하고 본격적이 동강 라이딩 시작이다. 

라이딩을 시작하는 아우라지역은 태백선에서 삐져나온 지선 정선선에 해당하는 역이다. 

정선선은 국내철도역 가운데 가장 외지고 험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지형도 험난하여 골짜기를 따라 구불구불

돌아돌아 느리게 간다. 심지어 민둥산 역에서는 기차가 U자형을 그리며 마을을 한 바퀴 빙 둘러 빠져나간다. 

그 만큼 산세는 빼어나고 눈은 즐겁다. 사방이 온통 산이다. 기차는 때로 외줄타기를 하듯 아찔하고 좁은

절벽길을 절묘하게 빠져나간다. 지금은 이용객이 많이 줄어 운행도 거의 하지 않는다. 운행되는 열차는 대부분 관광이 목적이거나 정선오일장을 찾는 도시 사람들을 위한 용도다. 


정선선은 태백선과 갈라지는 민둥산 역부터 시작해서 민둥산-별어곡(열차운행중지)-선평-정선-나전-아우라지-구절리(열차운행중지)역으로 이어진다. 이름부터 가슴이 설레인다. 별어곡이란 단어를 들으면 별바다에 물고기들이

헤엄치며 떠다니는 듯 검고 총총한 밤하늘이 연상되고(실제 이름은 이별의 골짜기란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우라지란 단어에서는 뗏목을 모는 뱃사공이 고된 노동을 달래려고 부르는 정선 아리랑의 애절한 곡조가 

들려오는 거 같다. 민둥산, 아우라지, 구절리...이름 하나 하나 예쁘고 감성적이다. 




>> 이런 길을 따라 레일바이크가 굴러간다고 상상해보면 참 행복하지 않겠나!!


마지막 구간인 아우라지-구절리 역은 운행이 중단된 대신 지금은 관광용 레일바이크가 굴러가고 있다. 

2인용 레일바이크로 지루하거나 너무 힘들이지 않고 타기에 딱일 거 같고, 너무 타고 싶었지만 혼자인데다

자전거를 들고 왔으므로 이 번에는 그냥 통과. 아쉬운 마음에 역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집에서 컴퓨터로 작업을 할 때마다 한 쪽 구석에 여행다큐를 틀어놓는다. 

집중하지 않고 적당히 흘려보내며 보기에 딱이다. 그러다 맘에 드는 곳이 나오면 차곡차곡 마음에 저장해 두었다가 

조건에 맞게 여행지를 선택한다. 다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마음에 담아둔 곳은 최대한 가려고 노력한다. 


동강을 보는 순간 여기다 싶었다. 굽이 굽이 돌아 흐르는 동강. 이름도 동화속에 나오는 이름처럼 예쁘다.

본뜻은 동쪽에 있는 강이란 단순한 의미지만 의미 이상으로 아름답게 들린다. 

동강을 따라 일차선보다 조금 넓은 시멘트 포장도로가 있는데 한적하고 여유로워 자전거로 여행하기 딱이다. 

만약 날씨까지 받쳐줬다면 정말 최고의 기억으로 남았을지도 모를, 자전거여행 매니아에가 강추하고픈 코스다. 


>> 여전히 동강 본류가 아닌 지류를 타고 정선 가는길. 검색해보니 골지천이란 이름이 나온다. 



어제보다는 맑지만 여전히 변화무쌍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 라이딩은 쉽지 않다. 그리고 첫 날부터 한 쪽 나사가 

풀려버린 짐받이가 계속 신경쓰인다. 정선으로 접어들기 전 멀리 교통표지판에 정선이란 글자가 보이기 시작. 

마을이 가까워질수록 경사가 심하다. 강원도 산골마을은 비교적 넓에 퍼진 골짜기 주변에 형성되기 때문에

마을로 들어가고 마을에서 나올 때마다 고개를 넘어야 한다. 마치 이 정도 고개를 넘지 못할 바엔 들어오지 

말라고 겁주듯. 진입장벽이 높지만 정점을 지나고 나면 그 만큼 아름다운 경치가 모든 고생을 다 보상해주고도

남는다.


정선에 들러 제일 먼저 짐받이를 고치려 자전거포를 찾는다. 자전거포 한 군데를 찾았는데 딱 맞는 나사가 없다. 

낭패. 근처 오토바이 수리점에 가봤는데 없다. 아아...이 상태로 끝까지 가야하는건가 고민하던 찰나. 

정선을 빠져나가는 길목에 자동차 수리점이 한군데 보이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렀는데 운좋게 

딱 맞는 나사를 찾았다. 자전거여행을 다니면 항상 크고 작은 난관에 봉착하지만 이런 저런 능력을 동원하면

신기하게 대부분 해결이 된다. 공짜로 짐받이를 고쳐준 분께 감사 인사를 하고 정선을 빠져나간다. 

사람들은 여행객에게 대체로 관대하다. 마음을 열어주는 사람들 만날 때마다 세상 그래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은 정선 시내에서 간단히 빵과 우유로 때우고 출발. 정선을 빠져나가려 하자 곧바로 가파른 오르막.


>> 마을이 가까워지자 계속 올라간다. 



>> 정선 들어갈 때 관문. 반점재

>> 강물인데 물빛이 참 특이해



>> 정선 나갈 때 관문 솔치재


솔치재를 넘어서면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동강 라이딩이 시작된다. 재 하나 넘기 힘들어서 중간 중간 계속 쉰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1시. 태양이 절정을 향해 간다. 하늘도 맑은 편이고 땀도 많이 난다. 차도 별로 없고

사람도 없다. 자전거는.... 오직 나 뿐이다. 그렇게 혼자서 간다. 심심해서 셀카를 찍어 본다. 짐받이를 고치고 나니

몸이 힘들어도 마음은 편하다. 


동강을 따라 달리는 길은 환상 그 자체. 때를 맞춰 하늘도 투명. 맞바람이 많이 불어 조금 힘들기 했지만 기분이

너무 좋다. 동강 곳곳에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진다. 오래 가지 못하고 계속 내려서 카메라를 들이댄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너무 너무 행복하고 멋진 라이딩이었는데 전날 계속 비를 맞으며 달린대다

이 날도 맞바람에 지쳐서인지 당시에는 그걸 충분히 못 느꼈던 거 같다. 역시 좀 더 여유가 생기려면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동강을 따라 나 있는 시멘트 도로는 강 한 편으로만 달린다. 정선에서 영월방향으로 내려갈 때 강의 왼 편으로만 

도로가 있어 계속 강을 오른쪽에 끼고 달리게 된다. 그런데 강이 워낙 구불구불해서인지, 인구가 많지 않아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도로가 끝도 없이 계속 있는 게 아니다. 오기 전 읽은 블로그에서 

그것도 모르고 강을 따라 계속 내려가다가 도로가 끊겨 마을들어갔다가 산 길 따라 길을 잘 못 들었다가 엄청

고생한 사람 글을 읽었다. 원래 여행 전에 길을 엄청스리 조사하고 오만 잡글을 다 읽고 오는지라 미리 

파악이 되어 있었다.


운치리를 지나 고성리 정도에 접어들면 강을 따라 계속 달리면 안되고(더 가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의

여행수기로 짐작하건데) 왼 편으로 꺾어져 산을 넘어가야 한다. 동강 라이딩은 끝이나고 다시 산이다. 시간은

오후 4시에 가깝고 이제 계획했던 일정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영월을 향해 달리는 길이다. 여기서부터는 

그냥 몸이 고될 뿐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다. 역시 엄청난 오르막, 그것도 엄청 구불구불한 오르막에 고생고생

하며 오르다 터널 앞두고 정상부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 질질 끌고 올라간다. 


어렵사리 고개를 넘으니 미친듯 내리막이 계속되고 한시간 피똥싸며 올라갔던 그 길을 불과 10분도 안돼 

빛의 속도로 내려온다. 뭐 이 맛에 자전거를 타는 거 아니겠는가? 고된 시간이 길수록 내려갈 때 짜릿함도 커진다. 

그 다음부터는 태백선 라인을 타고 영월까지 들어가는 건조한 길. 하루 종일 런키퍼(어플) 끼고 달렸는데 

배터리가 중간에 다 떨어져 편의점에서 충전한 거 말고는 별 기억이 없다. 지루하고 지쳐서 빨리 달렸다. 

프로그램이 중간에 중단되는 바람에 정확히는 잴 수 없었지만 대략 100km정도 달린 듯. 




** 참고로 둘째날 주행 계획(거의 대부분 예상대로 되었음.)


아우라지 -> 42번 국도 -> 골지천/동강따라 나전 -> 반점재 -> 정선 (총 30km, 3시간 예상)

정선-> 42번국도-> 동강(병방치 옵션)-> 424지방도 합류시점(용탄삼거리)지나 솔치삼거리부터 동강따라(동강로), 강을 오른쪽에 끼고 (강 안건넌다)-> 귤암리다리, 가수리 느티나무, 운치리까지 동강따라 가다가 -> 고성리 -> 예미초등학교 고성분교(운치분교 아님)(총 32km, 3시간 예상)-> 신동고개 (터널 말고 다른 길로 : 삼거리에서 좌측이 터널) -> 예미(11km, 1시간 예상)-> 38번 국도 ->31번 국도 -> 연상 -> 용소폭포 -> 연하 -> 영월(20km, 2시간)

 

** 요건 런키퍼로 찍은 주행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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