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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선/영월 1 - 비오는 날의 라이딩

칸나일파 2013. 7. 3. 02:23

** 여행 기간 2012. 4. 25~27


접이식 자전거를 타고 가는 두 번째 자전거여행. 일주일 이내의 국내여행은 접이식으로 충분히 가능할 뿐 아니라,

오히려 접이식 자전거가 더 좋다는 결론. 일년 전 남해~통영간 자전거 여행에서 확인. 자전거여행에서 가장 

불편한 점은 자전거를 옮겨야 할 때인데 접이식은 어떤 교통수단이든 부담스럽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접이식은 기차나 지하철도 거부하지 않는다. 특히 통영 넘어갈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라이딩을 포기하고 간단히 버스를 이용할 수 있어 편했다. 



3년 넘게 튜브에 구멍한 번 나지 않았던 이쁜 자전거를 들고 이 번에는 정선~영월 동강라이딩을 떠났다. 

지난 번 여행에서 불편했던 점은 가방을 등에 메고 달려야 한다는 점. 등에 땀이 많이 나고 육체적 부담도 쎄다. 

이전에 27인치 자전거를 쓸 때는 패니어 전용 랙도 있었고 패니어도 사용했었지만 20인치 미니밸로로 바꾸고는 

처음. 다혼 전용 앞짐받이를 달고 양쪽에 패니어 두 개 장착. 라이딩에 오랐다. 

(패니어를 앞 쪽에만 달거나 뒤 쪽에만 달아야 할 때 당연히 뒤 쪽에 다는 게 무게중심이 뒤로 쏠려서 좋은데

순전히 폼 때문이었나? 앞 쪽에 장착하고 달리면서 여행 내내 후회했다. 특히 오르막에서 말이지...앞 쪽에

무게중심이 있으니까 상당히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


일단 고속버스를 타고 강릉에서 내려 국도를 타고 정선 방향으로 접어드는데 시작부터 비가 부슬 부슬 내린다. 

라이딩을 중단하기엔 내리는 비의 양이 많지 않아 그냥 계속 가기로 했다. 뭐랄까? 이런 상황에 닥치기를

조금은 바라기도 했었다. 친구들 여럿과 라이딩을 할 때는 안전을 위해 조심스러워했겠지만 혼자가는

라이딩에서 비를 맞으며 달려보고 싶었다. 적당히 힘든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제대로 장비와 옷을 갖췄을 

때 빗 속에서 라이딩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확인도 해보고 싶었다. 잠바, 바지 다 기능성 옷으로 완전 

방수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 비는 견뎌줄 만했다. 







그런데....뭔가 예상보다 힘이 너무 든다. 왜지? 왜지? 한참 후에야 앞 패니어 랙 한 쪽 나사가 풀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떨어진 나사는 어디에 있는지 당연히 찾을 수 없다. 짐을 버릴 수도 없다. 덜렁 덜렁 삐그덕 삐그덕 거리는 

상태로 계속 달릴 수밖에 없다. 급하게 속도를 바꾸거나 방향을 틀 수로 비틀림이 심해지고, 남은 한 쪽 나사마저

빠른 속도로 풀려나온다. 마음껏 달릴 수도 없고 계속 신경이 쓰이고 그럴수록 자세는 불안해져 힘이 온전히 

자전거로 전달되지 않아 효율은 떨어진다. 그러면 그럴수록 라이딩은 점점 힘들어진다. 


게다가 정선으로 넘어가려면 고개를 넘어야 한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오르막이 한참 계속된다. 최악의 상황은 

그 다음부터. 계속 내리는 보슬비 때문에 안개가 장난 아니다. 라이딩 중에 이런 안개는 처음이다. 발 밑에 

길만 보일 뿐 몇 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탁하다. 거의 산신령이라도 나올 기세. 이렇게 상황이 

안 좋으면 사람은 불길한 상상을 하게 마련이고 길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안개가 장난 아니다. 그런데 정상 부위를 지나자마자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힌다. 어릴 때 그런 상상을 자주하지 않나?

폭우가 쏟아질 때 비가 내리는 곳과 내리지 않는 곳의 경계에 있다거나, 새벽녘 어둠과 빛의 경계에 있다거나 하는 

상상. 아 정말 나는 안개더미의 경계를 보았다. 멀리서보면 솜사탕처럼 떠 있는 안개지대는 경계가 너무나 뚜렷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정상을 지나 내리막 시야가 탁 트인다. 여전히 비는 그치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빗방울이 굵어지고 있다. 내리막을

엄청난 속도로 내려가지 동강의 상류천 지류에 해당하는 송천이 나온다. 비만 오지 않았다면 나름 환상적인 

코스였으리라. 산도 깊고 물도 공기도 맑다. 빗줄기에 시야가 가려져 있어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국도는 한산하고

한 쪽으로는 강줄기가 시원하게 자전거를 따라 흐른다. 



>> 안개가 거짓말처럼 특정 부위에서만 피어오른다. 




4월말이지만 강원도 산 속 깊숙한 이 곳에는 이제서야 봄이 시작되고 있다. 서울 도심보다 2주 정도 늦은 타이밍. 

벚꽃도 남아 있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은 이제서야 움이 트기도 한다. 가는 길 중간 중간 계곡, 폭포, 꽃과 나무..

지루하지 않을 거 같은 풍경이지만 계속 내리는 비는 모든 풍경을 잿빛으로 바꿔놓았다. 자전거 여행은 일기에 따라

몸의 상태에 따라 똑같은 풍경도 시시각각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저녁이 가까워오자 몸도 마음도 무거워지기 시작. 

비에 몸이 젖은 상태로 오래 달리는 건 힘든 일이다. 빗줄기도 너무 거세다. 숙박예정지 아우라지역을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지만 비가 너무 거세서 구절리에서 잠시 멈춰 비를 피했다. 비를 피하면서 동네 이 곳 저 곳을 돌며

먹을 곳과 잘 곳을 알아봤다. 비가 잦아들지 않으면 구절리에서 쉬려 했다. 근데 마땅히 숙박을 해결할 곳이 없다. 

시골인심 좋다고 그랬나? ㅋㅋ 것두 동네마다 다른 법. 비에 홀딱 젖어 아무데나 재워달라고 사정 사정하는데 

안된다고 모두 거절. 선택의 여지없이 비를 맞으며 아우라지까지 달린다. 



>>오장폭포. 제법 규모가 된다. 특히 길이...


>> 카메라 렌즈에 빗방울이 떨어져 사진에 방울방울 스모그가 맺혔다. 






조금 더 달려 원래 목표였던 아우라지에 도착. 빗방울에 떨어진 벚꽃과 목련, 자목련이 바닥에 흥건하고 

주춤해진 빗줄기에 더욱 선명해진 시야 덕분에 새의 조화가 더욱 도드라진다. 역 주변에 아주 조그만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데 민박집이 곳곳에 있다. 몸이 너무 지쳐 오래 돌아다니지 않고 바로 민박집에 찾아 들어갔는데

운이 좋았다. 집이 너무 아담하고 운치가 있어 좋았다. 주인 부부는 힘든 여정을 달래주려 흔쾌히 감자전 

한 접시를 내민다. 아아~ 행복하다. 힘들었만 나름 즐거웠던 하루가 마무리된다. 







참고로 요건 첫째날 주행계획(대부분 계획대로 되었지만 비가 와서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다.)


강릉-> 35번 국도 -> 성산삼거리 좌회전(진부/횡계 방향이 아님 태백/임계 방향)

-> 35번 국도 -> 오봉삼거리에서 오른쪽 (대기리 방향) -> 410+415번 지방도

-> 닭목령 -> 대기교 -> 임계/고단방향 -> 구절리(오장폭포) ->아우라지(섶다리 유명)

(약 45km, 4시간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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