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 매니아까지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주 초보도 아닙니다. 그냥 직장인으로 틈날 때마다 휴가내서 자전거 여행을 떠납니다. 유럽이랑 일본 자전거여행 다녀왔고 국내 자전거여행도 틈틈이 갑니다.그런데...... 여행갈 때마다 블로그 검색을 많이 하는데 모두 천편일률적인 정보자전거여행에 실질적 도움을 바라는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경주만 해도 그렇습니다.자전거여행에 좋다고 말은 많이 하지만 막상 검색해보면 정보가 다 고만고만합니다. 특히 유명관광지중심으로 정보가 나오는데 정작 자전거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길(루트)에 대한 정보가 거의 나오질 않습니다. 목적지와 목적지를 이어주는 경로 말입니다. 간단하게 10km 내외 정도 타실 계획이거나경주시내 유적지 정도 돌아보는 것으로 충분한 분들은 안 보셔도 됩니다..
여행을 가기 전에 사전조사를 상당히 꼼꼼하게 하는 편이다. 관련 여행프로그램 다운받아 보고 블로그에 올라 온 여행기도 엄청 뒤진다. 교통편도 알아보고 지도에서 직접 거리도 재본다. 직접 걸어갈 수 있는지, 자전거로 가능한지, 어느 방향으로 돌 때 더 효율적인지. 충분히 만끽하기 위한 다른 길은 없는지, 어느 시간 때 어디를 가야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지 등등. 선택 장애가 있는 사람은 이렇게 여행 준비하면 머리 터진다. 포기가 빨라야 주어진 일정에 충실할 수 있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고 나면 선택을 해야 한다. 아주 많은 시간과 돈이 주어져 있지 않은 이상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충족시킬 수 없다. 동남아 여행은 워낙 많이 가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태사랑(www.thailove..
앙코르톰 내부에는 볼 게 상당히 많은데 바이욘 사원 외에도 바이푼 사원과 코끼리 테라스가 볼 만하다. 관광객 누구나 다 가는 코스이기 때문에 대체로 사람들의 동선을 따라가면 된다. 소요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체력이 허락하고, 유적에서 숨은 재미를 발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시간을 넉넉히 잡고 보기 바란다. 반면 체력이 저질이고, 그다지 호기심도 별로 없다면 그냥 뚝뚝기사가 안내하는대로 핵심만 보고 후루룩 후루룩 넘어가면 된다. 주변 일대에 사원이 워낙 많아 점과 점을 찍듯이 후루룩 지나가도 시간 자~알 간다. >> 바이푼 사원. 사원은 대체로 급경사다. 오르내리는 일도 만만치 않다. 오르고 나면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꽤나 멋지다. 이런 저런 호기심을 가지고 보는 편이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저..
둘째 날 늦게 일어나서 호텔 조식을 먹고 점심 무렵 드디어 앙코르 유적을 보러 갔다. 보통 많이 알고 있는 앙코르왓은 수많은 앙코르 유적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한국으로 치면 고려시대와 비슷한 10세기 전후 캄보디아 지역을 차지하고 있던 크메르 제국. 그 제국의 수도가 앙코르(현재 시엠립 지역)였고 앙코르에 지은 수많은 사원 중 하나가 앙코르왓이다. 크메르 제국 왕들은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임 중 저마다 사원을 지어 대서 사방에 앙코르 유적이 넘쳐난다. >> 오늘 주로 이야기할 앙코르톰 바이욘 사원에 새겨진 얼굴상 부조 >> 앙코르 유적군 입장권 뒷면 수많은 유적군은 통합 패쓰를 통해 관리한다. 시엠립과 앙코르왓 중간 쯤에 매표소가 있고 캠으로 찍은 즉석 사진이 박힌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다. ..
여행기간 : 2017년 1월 25일 ~1월 31일 동남아시아를 처음 여행한 건 2006년인가 유럽자전거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베트남 무이네에서 일주일 정도 머무른 적이 있다. 50일간의 자전거여행으로 너덜너덜해진 몸을 회복하려고 먹고 자고 수영하기만 반복하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그다음은 직장생활 하면서 휴가를 몰아 10여 일 정도 일정으로 태국을 두 차례 갔었다. 동남아시아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냄새다. 처음엔 참 힘들었지만 지금은 너무 편해진 그 특유의 냄새. 아주 어렴풋이 기억나는 어린 시절, 지금 세계에는 없는 냄새 같아서 그립기도 하고 그 그리움을 한켠에서 밀어내려는 묘한 불편함이 섞인 그 냄새. 시엠립 현지시간 밤 12시. 공항을 나가자 마자 초여름 같은 미덥지근한 공기와 함께..
태국을 또 여행할 일이 있을까? 아마도 한 동안 태국은 선택지에 빠져있을 것이다. 가보고 싶은 곳은 너무 많고 기회는 부족한데 태국은 벌써 열흘 씩 두 번이나 여행을 했다. 충분하지 않아도 적당히 찼다는 느낌은 받을 정도. 그래서인지 두번째 태국여행은 태국이 너무 가깝고 편하게 느껴졌고 그 만큼 설레임은 덜했다. 이동하고, 먹고 자고, 흥정하고 사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고 시행착오없이 대체로 빠르게 선택했다. 여행일정도 미리 다 짜놓지 않아도 그 때 그 때 기분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며 여유롭게 잘 즐겼다. 언제부턴가 제주도가 옆 동네 정도로 느껴지기 시작했다면, 태국은 이제 서울에서 부산가는 정도의 느낌이 들 정도다. 다음에 혹시 태국에 갈 일이 있다면 남부 해변으로 가서 조금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
산은 사시사철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데, 그 중 겨울산의 백미는 역시 상고대를 비롯한 눈꽃. 소백산, 태백산, 덕유산, 지리산 등 백두대간 끝자락에 위치한 소백산맥 능선을 따라가는 산행은 겨울산을 만끽하기 좋다. 한적한 등산로, 드센 바람, 그와 대비되는 고요함, 상고대와 눈꽃... 겨울산에 가면 날씨와 시간에 따라 극단의 평온함과 공포심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더 많은 장비와 체력이 필요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만큼 몸도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특히 컴퓨터와 스맛폰에 적응된 눈이 어느 순간 확 트이면서 개안하는 기분을 느낀다. 하루 동안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오게 된다. 한 번 다녀오면 또 가고 싶지만, 자주 가기엔 체력소모가 크다. 해마다 거르지 않고 한두번씩 가주면 딱 좋다. 구..
산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매니아라고 하기는 뭐하고 그저 일 년에 몇차례 꼬박꼬박 가는 것으로 만족하는 수준인데. 그나마 대체로 겨울산에 대한 기억이 전부라, 한 번 쯤은 단풍놀이를 제대로 가보고 싶은 생각에 설악산을 찾았다. 국립공원 중에 산장을 운영하는 곳은 설악산, 덕유산, 지리산 세 곳 뿐. 게다가 설악산 가을 단풍이 절정이라는 10월 중순에 산장예약하기가 이렇게 대단한 것인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오전 10시부터 인터넷 예매가 시작되는데, 미리 로그인을 해놓고 초를 다투며 광클해대는 사람들. 며칠 지켜본 결과 10초도 안되어 죄다 매진이 되는데 어느 날은 무려 4초만에 모든 자리가 매진되더라.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어디나 방법은 생기기 마련. 수시로 들어가보니 예약취소로 나온 ..
구례구역 쯤오면 섬진강은 강다운 규모로 느리고 완만하게 흘러가고, 강은 많은 사람들을 품고 살아간다. 별 준비없이 하루 여행으로 섬진강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구례구역을 기점으로 삼으면 참 좋을 거 같다. 이보다 더 위로 올라가면 강이라기 보다는 개천이나 계곡에 가깝고 사람도, 마을도, 상점도 거의 없어 자체적으로 준비해와야할 게 많다. 구례구역에서 화개장터 가는 길에는 강변을 따라 벚꽃이 늘어서 있다. 유명한 화엄사와 쌍계사도 있다. 벚꽃은 졌고 이제 보통 잎푸른 나무로만 보이지만 이 또한 충분히 매력적이다. 봄이면 사람, 차, 노점으로 가득했을 도로는 한산하고 벚꽃나무가 만든 그늘로는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계곡처럼 시원하다. 그렇게 차가 없는 도로를 자전거로 한참 달리니 기분이 너무 좋아 자전거로..
4대강 사업에서 빗겨간 섬진강 여행을 가기 전에 블로그 위주로 여행기를 많이 읽는다. 보통 누구나 검색으로 알 수 있는 정보 이상을 얻으려 할 땐 사람 경험만한 게 없다. 그런데 섬진강 자전거여행을 검색하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블로그를 보면 여기저기 스폰을 받아 광고가 들어간 홍보성 여행기가 꽤 많다.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강마다 자전거길이 놓이고, 4대강 종주 인증용 수첩과 스탬프가 생기다보니 섬진강 여행 관련 포스트에 대부분 4대강 사업 얘기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대체 자전거여행기를 쓴건지 4대강 정복기를 쓴건지 구분 안 가는 포스팅이 부지기수. 섬진강은 한국에서 4번째로 긴 강이다. 그러나 정작 4대강 사업에서는 빠졌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자전거길은..
섬진강 상류에서부터 자전거를 타려고 임실에서부터 출발했다. 미리 웹서핑한 결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대부분 임실에서부터 출발했다. 자전거 여행자가 느는 만큼 여행의 양상도 다양하겠지만, 여전히 자전거여행은 믿을 게 몸밖에 없는 사람들도 충분히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자전거를 많이 타보면 알겠지만 자전거는 생각 이상으로 효율적인 도구다. 큰 도움 없이도 하루에 100km 이상을 달릴 수 있고, 자전거 타기에 익숙해지면 이렇게 힘들게 타도 살이 잘 안빠질 정도로 효율적이다.(그래도 신체 비율은 좋아짐.) 결론은 그래서 왠만한면 몸으로 때우자... 남부터미널에서 고속버스로 임실에서 내린 다음 바로 섬진강댐으로 출발했다.장마기간이라 집에서 남부터미널까지 자전거로 이동할까 그냥 지하철로을 타고갈..
아우라지역에서 1박하고 본격적이 동강 라이딩 시작이다. 라이딩을 시작하는 아우라지역은 태백선에서 삐져나온 지선 정선선에 해당하는 역이다. 정선선은 국내철도역 가운데 가장 외지고 험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지형도 험난하여 골짜기를 따라 구불구불돌아돌아 느리게 간다. 심지어 민둥산 역에서는 기차가 U자형을 그리며 마을을 한 바퀴 빙 둘러 빠져나간다. 그 만큼 산세는 빼어나고 눈은 즐겁다. 사방이 온통 산이다. 기차는 때로 외줄타기를 하듯 아찔하고 좁은절벽길을 절묘하게 빠져나간다. 지금은 이용객이 많이 줄어 운행도 거의 하지 않는다. 운행되는 열차는 대부분 관광이 목적이거나 정선오일장을 찾는 도시 사람들을 위한 용도다. 정선선은 태백선과 갈라지는 민둥산 역부터 시작해서 민둥산-별어곡(열차운행중지)-선평-정선-..
** 여행 기간 2012. 4. 25~27 접이식 자전거를 타고 가는 두 번째 자전거여행. 일주일 이내의 국내여행은 접이식으로 충분히 가능할 뿐 아니라,오히려 접이식 자전거가 더 좋다는 결론. 일년 전 남해~통영간 자전거 여행에서 확인. 자전거여행에서 가장 불편한 점은 자전거를 옮겨야 할 때인데 접이식은 어떤 교통수단이든 부담스럽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는장점이 있다. 접이식은 기차나 지하철도 거부하지 않는다. 특히 통영 넘어갈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라이딩을 포기하고 간단히 버스를 이용할 수 있어 편했다. 3년 넘게 튜브에 구멍한 번 나지 않았던 이쁜 자전거를 들고 이 번에는 정선~영월 동강라이딩을 떠났다. 지난 번 여행에서 불편했던 점은 가방을 등에 메고 달려야 한다는 점. 등에 땀이 많이 나고 육체..
역사적인 유적지를 둘러보는 게 주 목적일 때, 자전거는 아주 좋은 수단이다. 너무 빠른 속도로 지나갈 때 유적지는 그저 관광지에 머무르고 만다. 시간이 충분히 주어져 있다면 두 번, 세 번 다시 가봐도 좋다. 매번 다른 시간의 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매번 새롭게 보일 것이다. 같은 공간에 서로 다른 시간의 기억들이 압축되어 있는 공기는, 밀도가 매우 높아서 가만히 돌아다니다 보면 몸 안에 무언가 꽉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시간이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주어져 있다면 자전거가 좋다. 곳곳에 멈출 곳이 많다면 언제든 마음껏 설 수 있는 자전거가 좋다. 둘러봐야 할 곳이 너무 많거나 장소와 장소 사이 거리가 너무 멀지 않다면 자전거가 좋다. 걷기는 너무 느리고 자동차가 너무 빠르다면 자전거가 좋다. ..
아유타야에서 1박을 계획했다. 보통 여행사 상품으로 당일치기를 많이 하던데 그렇게 간단히 둘러보고 오기보다는 좀 자세히 보고 싶었다. 역사 속에 남겨진 그들의 향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고고학적 취향과 호기심도 있었고... 오래된 것들은 다 그 나름대로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생각 때문에. 긴 시간의 흔적이 남겨진 곳에서는 시시각각으로 다른 삶의 조각들을 드러내보인다. 아유타야는 한국으로 치면 경주같은 도시다. 굳이 입장료 내고 들어가지 않아도 어디서나 유적을 볼 수 있다. 집 앞마당에 떡하니 탑이 세워져 있기도 하다. 언젠가는 사람들 속에서 어떤 의미를 뿜어내고, 사람들과 희노애락을 함께하며 긴 세월을 보냈을 것들이 지금은 다만 흔적으로 남았을 뿐이다. 무엇인가를 읽어내려 한다. 의미를 부여한다. 전날 타..
2년 전 태국여행에 이어 다시 찾은 태국. 꽉찬 9일의 일정. 태국을 선택한 이유는 여행에 많은 에너지를 투여할 여유가 없어 이미 여행한 적 있는 태국에서 조금은 수월하게 여행하기 위해. 휴식을 컨셉으로 잡고 방콕-치앙마이를 기본 일정으로 방콕 근처 한군데를 더 고려하는 정도. 지난 번에는 암파와를 갔었고 이번에도 암파와를 생각했으나 굳이 또 갈 필요는 없단 생각이 들어 여행 중에 그냥 아유타야를 가기로 맘 먹었다. 방콕에서 아유타야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전승기념탑(아눗싸와리) 역에서 로뚜(미니밴)을 타고 갈 수도 있고(60~70밧), 여행사 상품을 끼고 갈 수도 있다. 나는 기차를 이용했다. 훨람풍 역에서 3등석 15밧에 아유타야까지 간다. 엄청난 더위 속에 기차가 달린다. 선풍기는 더운 김을 내뿜고,..
간밤에 항구에 나가보았다. 환하게 불을 밝힌 오징어잡이 배들은....없었다. 파도가 심해서 오징어잡이에 나선 배들이 별로 없다. 별자리가 뜨문뜨문 보이고, 친구들은 별자리찾기 어플 갖고 논다. (아이폰으로 별 걸 다해. 근데 내가 사면 왜케 할 게 없어...) 둘째날 아침 나리분지 등산 시작. 택시를 타고 등산로 입구까지 간다. 물자를 육지에서 수송해와야 하는 울릉도는 대체로 물가가 비싸다. 기름값도 비싸다. 택시비도 비싸다. 기본요금이 3000원부터 였나? 암튼 조금 비쌌다. 주요관광코스까지는 일괄요금을 받는데, 국내여행을 다니다보면 이런 동네가 많다. 이게 주요 생계수단인 사람들에게야 그럴 이유가 있겠지만 종종 바가지 요금 때문에 짜증날 때가 있다. 그렇다고 다른 교통수단도 딱히 없는 상황이 많아서 ..
국내여행을 어지간히 다녀봐서 시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아마도 마지막 또 한 번의 새로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울릉도가 아닐까? 제주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멀게 느껴지는 곳, 한 번 쯤 가봐야지 하면서도 큰 맘 먹지 않으면 좀체 기회가 닿지 않는 곳, 이름처럼 기대감에 가슴이 울렁거리고 출렁이는 파도에 울렁울렁거리며 갔던 곳, 울릉도 편. 출발~~ 교통편은 많지 않다. 서울에서 강릉까지는 전세버스로, 다시 강릉에서 씨스타호를 타고 울릉도까지 들어가는 연계상품이 있다. 요금은 왕복 133,000원이었다. (아래 링크 참조) http://www.seastartour.co.kr/tour/list.php?ca_id=20 전세버스는 새벽 4시 10분 영등포구청역을 출발해서 시청역과 잠실역에서 승객을 태우고 강릉으..
고성에서 비를 만나는 바람에 버스를 타고 통영으로 점프했다. 거기서 휴가차 놀러온 동생을 만났다. 비가 오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숙소를 잡아야했다. 통영에서 가장 많은 여행객들이 머무는 강구안에 위치한 나폴리 모텔. 작명 센스 거시기하지만 비수기라 가장 전망 좋은 8층을 얻었다. 전망은 좋은데 풍광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복잡한 항구에 즐비한 건물들은 어쩐지, 그 동안 지나왔던 남해 바다의 아기자기하고 고즈넉한 느낌을 다 빼앗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동생에겐 소중한 휴가일텐데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까워 숙소를 나서 강구안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시간도 너무 늦었고 비까지 내려 잘 통영에 대한 느낌만 계속 안 좋아지고 있었다. 그냥 밥이나먹자 하고 불쑥 들어가서 갈치조림을 시켰더니 위생도 엉망인데 맛..
공룡 박물관을 나서고부터는 정말 내 평생 가장 힘든 코스였다. 해안선이 복잡한 남해안을 따라 가다보면 지형도 오르락 내리락 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하...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진짜 많이 올라가고, 많이 내려왔다. 통영까지 최대한 빠른 길로 가려고 시내로 들어가는 국도를 타지 않고 최대한 바다에 가까운 지방도만을 따라 갔는데 가도 가도 끝없는 산과 바다 때문에 자잘한 지명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인적없는 산길이란 이런 것!! 게다가 보슬비까지 내린다. 보슬비와 땀에 시나브로 옷이 젖는다. 인적없는 산길에 턱밑까지 올라온 내 숨소리만 고막을 때린다. 와...오르막 진~~짜 길다. 그리고 내리막 역시 진~~짜 길다. 미친 속도로 내려간다. 짜릿짜릿하다. 그렇게 오르막 하나 오르고 내릴 때마다 몇 ..
허름한 여관에서 혼자 지내는 밤, 작은 바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시끌벅적했던 삼천포항에 소리가 잦아들자, 침묵 속에 간간히 들려오는 작은 소리들. 문득 쓸쓸해진다. 한편으로 그 작은 소리마저 없었다면... 작은 소리들이 고맙게 느껴지자 마음이 오히려 편안해진다. 학생들이 떠난 운동장, 인적이 뜸해진 시장, 어둠에 사로잡힌 항구, 아무도 오지 않던 명절... 어릴 적부터 친구들이 떠난 운동장을 혼자 바라보고 있으면 조금 외롭게 느껴지면서도 그 적적함이 싫지 않았다. 웃음과 환대로 가득한 공간은 어쩐지, 거짓말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어차피 내 의지로 어쩌지 못하는 고요. 생각을 포기하니 금새 잠든다. 아침 7시쯤 일어나 출발. 해안가를 따라가면 사천에서 빠르게 고성으로 넘어간다. 사천은 잠시 스쳐..
너무 깊이 잠든 덕분에 일찍 잠에서 깼지만 개운했다. 아침 7시쯤 되었나? 늦가을 아침이라 제법 쌀쌀하고 해가 늦게 뜬다. 내가 1박을 한 곳이 해수욕장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동네를 한바퀴 돌아본다. 해수욕장이라고 해봐야 가구수가 20여채 남짓한 작은 마을. 간단히 휭 둘러보고 길을 나선다. 인사라도 하고 가려 했는데 주인도 보이지 않아 그냥 길을 나섰다. >> 작은 해변 마을. 저 그네는 누가 탈까? 자전거를 계속 달려 아침 9시 정도 되니 섬의 제일 남단 부근에 이르렀고, 조금 더 지나자 유명한 다랭이 마을이 나타난다. 다랭이논은 경사가 급한 지역에 계단식으로 깎아 만든 논을 말하는데, 같은 농사일을 해도 노동량이 배로 들 것은 자명한 일. 자연에 적응하는 인간의 힘이 놀라운건지, 왼갖 인간의 삶을 ..
여름부터 짜증나게 했던 어떤 사건의 어두운 기운을 마음 속에서 몰아내고자, 홀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딱 20일 전 경주를 다녀 왔을 때 빌린 자전거가 못내 아쉬워 이 번에는 내 자전거를 들고 갔다. 접이식 자전거의 발전은 자전거 여행에서 가장 힘든 부분인 운송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었다. 1년 반 전 교통사고 때문에 새로 구입한 접이식 자전거. 그 자전거를 들고 처음으로 자전거여행에 나섰다. 부피가 크지 않아 짐칸에 넣어도 자리를 얼마 차지하지 않는다. 사람이 없는 경우, 버스에 들고 탈 수도 있을듯. 처음에 들고 탔다가 사람이 꽉차는 바람에 짐칸에 실었다. >> 내 인생의 두번째 자전거. 접이식 자전거. 급하게 오느라 패니어는 고사하고 짐받이도 없다. 가방을 메고 달렸더니 조금 힘들기는 했다. 그래도..
둘째날은 좀 더 자전거 프렌들리한 코스를 짜보기로 한다. 쥔장은 보문관광단지를 먼저 추천했으나 관광지는 일단 패쓰. 남산 주변을 돌기로 한다. 신라는 불교가 국교였고 남산은 신라 수도의 주산에 해당하니 온 산에 불교유적으로 넘쳐난다(고 유홍준이 그랬지). 공교롭게 여행 다녀온 직후에 1박 2일에서 경주 남산편을 방송해 주더라. 남산에 가가전에 오전에 왕릉 한군데를 들렀다. 왠지 한 군데는 가줘야 할 거 같아서. 그래서 가장 많이 들어본 천마총을 골랐는데 정작 여기에 천마도는 없었다. 헐~~그거 보러 간건데. 근데 생각보다 왕릉 분위기 괜찮더라. 시간 많을 때 이런 데 와서 하루 종일 책이나 읽다가 졸리면 자고...심심하면 왕릉 꼭대기 올라가서 데구르르 굴러 떨어지고..노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 >> 여유..
자전거 여행은 언제나 대형 프로젝트로 인식된다. 가장 큰 장애물은 목적지까지 운반이다. 그 다음은 목적지가 자전거여행 친화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인프라가 부족할수록 준비는 더 철저해야 한다. 자전거 열풍이 불고 있다지만 대부분 전시행정의 산물일 뿐. 일상적인 영역에서 자전거는 여전히 큰 마음을 먹어야 친숙해질 수 있는 물건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자전거의 유용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그런 한국에서 자전거 여행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동네가 경주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부터는 언젠가 한 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2박 3일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하자. 해외여행은 무리고, 국내여행을 해야 하는데. 어르신들은 대부분 때로 몰려다니며 관광지를 찍고, 찍고, 거기서 사진도 찍고, 찍..
얼마 전 남해도로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그래서 여행기를 쓰려고 보니 헐...이게 뭐야 올해 4월에 다녀 온 태국여행기를 안 끝낸 것이다. 쩝...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다녀오자마자 열심히 썼었는데 마지막 편을 안 썼다니...아무튼 이것도 기록이니 순전히 훗날을 위해 마무리 시작. 방콕에서 마지막 3일을 보냈다. 치앙마이 위주로 계획을 짰고, 방콕은 너무나 대도시라 큰 기대도 없던터. 그냥 쉬다가자 컨셉이었다. 숙소는 사톤지역에 위치한 로얄킹호텔. 사톤지역은 서울로 치면 강남같은 부자동네인데 깔끔하긴 하지만 서울과 크게 다른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길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깔끔하게 교복을 빼입고 있지만, 흡사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한국의 고등학생들. 예의 학교-학원-집으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생..
아참...여행기 끝내기 어렵다. 막판가니까 왜 이렇게 흥미가 급 딸리는지...11일짜리 여행이라 다녀온 후 여행에서 얻은 에너지도 딱 그 정도 가는 것인지...한 달 지나니까 뭐 언제 여행 갔었냐 싶다. 그래도 시작은 했으니 마무리는 해야 기분이 깔끔한 법. 항상 이렇게 힘들게 마무리는 된다. 이래서 사진은 많이 남기는 게 좋다. 그나마 사진보면 조금 그 때 기분이 살아나긴 한다. 그래도 온전히 집중은 안 되는 관계로 모니터 한 편에 최고의 사랑 9편을 틀어놓기 수기를 쓰기 시작... (차승원이 '띵똥' 시작을 알리네...) 여행 9일째. 암파와에서 1박하고 돌아오는 길에 매끌렁 기차역(위험한 기찻길)을 보려고 했다. 이 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계획대로 되지 않은 건, 계획도 많지 않았지만, 위험한 기찻길..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 다시 금요일이 돌아왔다. 드디어 기대하던 암파와 수상시장을 가는 날. 여행 오기 전 보았던 여러 프로그램 중에 나를 가장 들뜨게 만드는 장면이 수상시장이었다. 사두억은 관광용으로 조성된 데 반해 암파와는 태국인들이 애용하는 재래시장이라는 점에 끌렸다. 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시장, 물 위에 떠 있는 시장, 시끌벅적하고 사람냄새나는, 무엇보다 먹을 것이(!!) 많은 시장. 수 많은 식재료와, 사람과, 가스통과, 진하게 우러나온 쌀국수용 국통을 싣고 뾰족한 앞코가 미끄러지듯 부드하게 빠져나가는 배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들뜬다. 아침에 천천히 일어나 숙소를 나선다. 벌써부터 방콕은 후끈 달아올랐다. 태사랑 맵을 따라 짜끄라퐁 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꽤 지났는데 버스가 오지 않는다..
여행 6일째, 치앙마이에서 마지막 날을 보낸다. 그 동안 너무 몰아쳤는지 슬슬 일어나는 시간도 늦어지고 게을러진다. 오후 4시 30분에 기차를 타고 다시 방콕으로 가는데 그 때까지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여기 저기 어슬렁거리다 조금 일찍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가 인기가 많다고 해서 미리 예매를 해두었다. 방콕에서 치앙마이 갈 때는 한인업소 동대문을 통해 미리 예약을 해두었고(소액의 수수료가 붙는다), 치앙마이에서 방콕갈 때는 자전거를 타고 가서 직접 예매했다. 치앙마이에서도 여행사들이 대행업무를 한다. 수수료는 대략 80밧~100밧 정도였던 것 같다.가격표는 태국관광청에서 발행한 여행 안내책자를 보면 나와 있다. 기차마다 전부 침대칸이 있는 게 아니라서 미리 확인을 해둬야 할 거 같다. 생각보다 여행..
첫 날은 방콕 도착해서 기차탈 때까지 카오산 로드 근처에서 어슬렁 거리다 시간이나 벌고 둘째날은 밤새 기차타고 달려 치앙마이에 도착한 후 타패 문 바깥쪽에 있는 각종 시장구경 셋째날은 타패 안쪽을 구경하고 오후와 저녁 내내 선데이 마켓에서 분주한 하루를 넷째날은 숙소를 타패 안쪽으로 옮겼다. 일단 코사무이를 포기하고 나니 일정이 넉넉하다. 치앙마이가 생각보다 맘에 들기도 해서 며칠 더 머무르기로 한다. 뺑강 건너편에 있던 Imm eco resort는 대략 800밧 정도의 가격이다. 물론 가격대 성능비는 최상인데(다음에 또 갈 생각. 수영장 있고 정원 엄청 크고 조식이 빠방했다.) 그래도 배낭여행치고 너무 호사를 한다는 기분이 들어 셋째날 부터는 타패 안 쪽에 밀집해 있는 게스트 하우스 이용하기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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