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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톰 내부에는 볼 게 상당히 많은데 바이욘 사원 외에도 바이푼 사원과 코끼리 테라스가 볼 만하다. 관광객 누구나 다 가는 코스이기 때문에 대체로 사람들의 동선을 따라가면 된다. 소요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체력이 허락하고, 유적에서 숨은 재미를 발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시간을 넉넉히 잡고 보기 바란다. 반면 체력이 저질이고, 그다지 호기심도 별로 없다면 그냥 뚝뚝기사가 안내하는대로 핵심만 보고 후루룩 후루룩 넘어가면 된다. 주변 일대에 사원이 워낙 많아 점과 점을 찍듯이 후루룩 지나가도 시간 자~알 간다. 

>> 바이푼 사원.



사원은 대체로 급경사다. 오르내리는 일도 만만치 않다. 오르고 나면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꽤나 멋지다. 이런 저런 호기심을 가지고 보는 편이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저 돌에 난 구멍은 나무를 끼워서 운반할 때 썼던 것 같고 일련의 숫자는 돌 놓는 순서를 표시한 것이겠지. 혼자 이런 생각하면서 남들 잘 보지 않는 것들도 열심히 본다. 무거운 돌을 다른 돌 위에 올려놓고 비비면서 마찰을 이용해서 표면을 갈았다고 한다. 아마도 표면에 기스가 많은데 사포로 갈듯이 다듬어진 느낌을 동시에 주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 바이푼 사원 내려오며 바라 본 측면 외벽이다. 세월이 지나며 많이 틀어졌지만 누워있는 부처 모습을 볼 수 있다. 저거 뭐지 뭐지 하다가 부처 외형을 파악하는 순간 소름 돋았다. 



>> 코끼리 테라스. 이 날 시간에 쫓겨 제대로 못본 게 아쉬워 나중에 다시 들렀는데 테라스 길이가 상당하다. 


이런 건축물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우선은 어떻게 지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동시에 엄청난 수고로움을 감내하게 만드는 인간의 정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조금 복잡해진다. 종교도 없고 애국심도 없는 나로서는 영적 감흥의 종류가 조금 다르다.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선의나 존중 말고 절대적 믿음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가끔은 과도하리만치 많은 에너지를 그 믿음을 유지하는데 사용한다. 어쨌거나 나와는 다른 종류의 영적 에너지 덕분에 이런 흥미로운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언제나 아이러니다. 


>> 테라스 외벽에는 역시 화려한 부조가 새겨져 있다. 테라스 위쪽은 왕이 행차하는 길로 사원의 중심부를 가로지른다. 



EBS 다큐를 보면 앙코르톰 일대는 단순한 사원이 아니라 왕궁, 사원을 비롯한 기간 시설과 주거지 등을 종합한 계획도시였다. 쿠데타로 집권한 수리야바르만 2세는 권력을 확고히 하려는 목표를 갖고 힌두사원으로 앙코르왓을 지었다. 중심부에는 시바신 대신 질서의 신인 비슈누를 안치했다. 전쟁으로 권력을 잡은자가 자기 치세에는 평화를 원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자이야바르만 7세는 수리야바르만 2세를 존경했지만 종교를 불교로 바꿨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강조할 물적 기반이 필요했다. 당시로서는 거의 세계 최대규모의 도시를 새로 짓고 그 중심부에 불교사원 바이욘을 배치한 것이 앙코르톰이다. 결론은 관련 다큐를 꼭 보고 가자. 다큐에 연기까지 섞고 CG까지 입혀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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