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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 비를 만나는 바람에 버스를 타고 통영으로 점프했다. 거기서 휴가차 놀러온 동생을 만났다.
비가 오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숙소를 잡아야했다.
통영에서 가장 많은 여행객들이 머무는 강구안에 위치한 나폴리 모텔.
작명 센스 거시기하지만 비수기라 가장 전망 좋은 8층을 얻었다.
전망은 좋은데 풍광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복잡한 항구에 즐비한 건물들은 어쩐지,
그 동안 지나왔던 남해 바다의 아기자기하고 고즈넉한 느낌을 다 빼앗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동생에겐 소중한 휴가일텐데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까워 숙소를 나서 강구안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시간도 너무 늦었고 비까지 내려 잘 통영에 대한 느낌만 계속 안 좋아지고 있었다.
그냥 밥이나먹자 하고 불쑥 들어가서 갈치조림을 시켰더니 위생도 엉망인데 맛도 엉망이고
신선도는 최악.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게 억지로 밥을 우겨넣다시피 먹고 나왔다.
이래 저래 통영의 첫인상은 최악이 되고 말았다.

일찍 숙소에 들어와서 잠을 청하지만 몸을 쓰지 않았으니 잠도 잘 오지 않는다.
텔레비젼을 틀어놓고 뒤척이다가 밤 늦게 잠들었다.

다음날은 배를 타고 통영 가까이에 있는 한산도를 찾았다. 한산도는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있을 때
군영을 설치했던 곳인데...흠...역시 재미가 없었다.
근데 날이 밝아서 배타기 좋았고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도 괜찮았다.

>> 추색이 만연한 한산도

점심을 먹고 동생과 헤어졌다. 각자 계획대로 흩어졌다.
원래 일정대로 오늘 저녁에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통영에서 보낸 하루는 영 아니올씨다.
이게 통영의 전부가 아닐텐데, 아쉬운 마음에 터미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한다.

번화가를 빠져나가 다시 해안선을 타고 달린다. 통영에 자전거길이 잘 되어 있다더니 도로를 따라
자전거길도 계속된다. 지형은 역시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고성에 비할바는 아니고 경치도 시원하고
차도 별로없고 진짜 좋다. 역시 나에겐 자전거여행이 딱이다.

>> 통영 시내에서 외곽으로 빠지는 중. 자전거도로가 잘 나 있다.

>> 다시 오르막을 지나 해안가로 접어드니 이렇게 이쁘고 좋은 걸...

그렇게 통영터미널에 이르러 4일간의 남해 자전거여행은 끝이났다.


국내를 일주하는 자전거여행은 어떨까? 질문하면서 좋다 싫다 생각만 반복했었다.
국내 자전거여행은 언어, 길찾기, 자전거 이동 이 세가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사실상 거의 고민할 게 없다는
이야기. 언제든 편하게 마음대로 코스를 조절해가며 갈 수 있다. 그런데 왠지 금방 질릴 거 같았다. 가도 가도
똑같은 풍경 때문에...

요번 여행에서 국내자전거여행에 대한 적당한 답을 찾은 듯하다. 일주까진 필요없을 거 같고 해외로 여행가는게
불가능할 때 며칠씩, 언제라도 훌쩍 자전거를 싣고 떠날 수 있을 거 같다. 다음 계획해둔 곳은 동강.
이제부터 동강으로 라이딩을 떠날 날만 만들어내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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