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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박물관을 나서고부터는 정말 내 평생 가장 힘든 코스였다.
해안선이 복잡한 남해안을 따라 가다보면 지형도 오르락 내리락 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하...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진짜 많이 올라가고, 많이 내려왔다.
통영까지 최대한 빠른 길로 가려고 시내로 들어가는 국도를 타지 않고 최대한 바다에 가까운 지방도만을 따라
갔는데 가도 가도 끝없는 산과 바다 때문에 자잘한 지명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인적없는 산길이란 이런 것!!

게다가 보슬비까지 내린다. 보슬비와 땀에 시나브로 옷이 젖는다.
인적없는 산길에 턱밑까지 올라온 내 숨소리만 고막을 때린다.
와...오르막 진~~짜 길다. 그리고 내리막 역시 진~~짜 길다. 미친 속도로 내려간다.
짜릿짜릿하다. 그렇게 오르막 하나 오르고 내릴 때마다 몇 십분이 훌쩍 흘러가고, 그 때마다 마을이 바뀐다.

>> 이제 오르락 내리락 시작

>> 가는 곳마다 엄청나게 굴양식을 한다.

산을 하나 넘을 때마다 마을이 바뀐다. 마을이 구성되는 방식을 온 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신기하게도 내리막을
달려 평지에 이르면 거기 꼭 마을이 있다. 그렇게 사람들은 수천년을 거쳐,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신의 몸을 누일
공간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곳을 고르고 정착하고 대를 물려주며 살아온 것이다. 어떤 사람들의 행로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수긍이 간다는 것, 참 재밌고 신기한 일이다.

그렇게 순간순간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달렸다. 지겹고 힘들고 지치다가, 다시 반갑고 새롭고 기대하다가 오락가락
하며 달린다. 비도 오락가락한다. 결국 12시를 넘기며 비가 크게 내려 더 이상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어쩌면 이 순간을 기다리면서 접이식 자전거를 들고 여행에 나섰는지도 모른다. 이전 자전거여행과 다른 점,
그래서 은근 기다렸던 상황이다. 자전거를 접어서 주행을 멈추고 시골버스에 오르는 상상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여행 내내 흐리고 비와서 여행기가 좀 더 감성적으로 흐른 감이 없지 않은데 버스로 연결되는
여행기는 나름 촘촘하게 갖출 것을 다양하게 갖추게 되었다. 시골버스에 올라 통영으로 향한다.
자리를 잡고 접어둔 자전거도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드니, 편안함과 동시에 잠이 쏟아진다.

>> 참다래(키위) 농사

>> 접어서 자전거 타는데 성공. 예도 인제 여행 겪고 났으니 초등학생 지나 중학생 쯤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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