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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울릉도 1 - 와우, 여기는 어디인가?

칸나일파 2012. 1. 5. 21:13
국내여행을 어지간히 다녀봐서 시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아마도 마지막 또 한 번의 새로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울릉도가 아닐까?
제주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멀게 느껴지는 곳, 한 번 쯤 가봐야지 하면서도 큰 맘 먹지 않으면 좀체
기회가 닿지 않는 곳, 이름처럼 기대감에 가슴이 울렁거리고 출렁이는 파도에 울렁울렁거리며 갔던 곳, 울릉도 편.
출발~~

교통편은 많지 않다.
서울에서 강릉까지는 전세버스로, 다시 강릉에서 씨스타호를 타고 울릉도까지 들어가는 연계상품이 있다.
요금은 왕복 133,000원이었다. (아래 링크 참조)
http://www.seastartour.co.kr/tour/list.php?ca_id=20
전세버스는 새벽 4시 10분 영등포구청역을 출발해서 시청역과 잠실역에서 승객을
태우고 강릉으로 간다. 강릉에 도착하면 오전 8시 40분 배(씨스타호)를 타고 울릉도로 향한다.
배편은 하루 한 번 밖에 없고 동절기에는 운항하지 않으며, 날씨에 따라 운항이 지연되거나 취소되기도 하는 등
일정이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때 그 때 확인해줘야 한다.

이 날도 파도가 쎄다가 출발이 조금 지연되었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고 10시가 되기 전에 승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도 멀미약을 먹으라고 강조하는 통에 일행과 함께 멀미약을 사먹긴 했으나...
바닷사람은 아니라도 배는 몇 번 타보았고 더욱이 애도 아닌데 설마 멀미를 하겠는가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날이 흐리고 파도가 심하니 배가 2~3미터씩 오르락 내리락 한다. 곳곳에서 봉투들고 구토 하느라 난리났고
미간을 찌푸리고 벽에 기대어 앉은 사람들 멀미와 두통 때문에 죽을 상이다. 누가보면 꼭 전쟁통에 폭격을 피해
방공호에 갇힌 사람들 같다. 버스는 뒷자리가 멀미가 심하고, 배는 앞자리가 심하다더니..괜히 스릴을 느낀답시고
앞자리에 앉았다고 10분도 못 버티고 자리를 옮겼다. 정말 쉬지 않고 바이킹을 타는 기분이 드는데
도저히 이걸 3시간 동안 견딜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잠이 들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그리고 다행히 그렇게 되었다.

어디서든 쉽게 잠드는 게 정말 축복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 시스타호를 타고 저동항에 도착. 강릉에서 출발한 배는 저동항으로 가고, 포항에서 출발한 배는 도동항으로 간다.


>> 전구를 잔뜩 달고 있는 오징어잡이 배들. 밤에 찍어보려 했으나 카메라의 능력이 따라주질 않았다.

도착하자마자 숙소를 찾았다. 숙소는 대부분 항구 근처에 자리잡고 있으며 민박이나 여관이 대부분이다.
좀 더 괜찮은 숙소를 찾고 싶어서 인터넷도 뒤지고, 친구에게도 물어보고 하다가 울릉도에 하나뿐인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이름은 어택캠프. 이름은 다소 낯설지만 싼 가격에 비해 대만족. 3일 내내 그 곳에 머무르게 되었다.
쥔장 아저씨도 역마살이 낀 듯 풍류를 좋아하시는 데다가 일체 간섭이 없어 좋다. 심지어 3일 내내 손님이라곤
우리 밖에 없었는데 아저씨는 열쇠를 우리에게 맡기고 낚시를 다녀오는 게 아닌가. 아예 장사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고, 심지어 사진찍어서 블로그에 홍보해 드리겠다고 했더니 사람 많이 오는 거 싫다고 한사코 촬영을
거부하시다가 애교부려 한 컷 찍었다. 세상만사에 쉬크하신 아저씨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건물도 전부 목조로 인터리어해서 아늑한 느낌이 들었고 샤워실과 화장실도 깨끗했다. 부엌이 있어서
간단하게 요리를 해먹을 수도 있었으나 3일 내내 울릉도 맛거리를 찾아 먹느라 그럴 기회는 없었다.
암튼 어쩌다가 게스트하우스 홍보대사처럼 되어 버렸는데, 다음에 울릉도에 또 갈 기회가 있다면 숙소는 이미 결정

숙소에 짐을 풀고 간단히 식사를 한 다음 계획했던 코스로 출발.
이 번 울릉도 여행의 컨셉은 트래킹이다. 울릉도 여행기를 뒤져본 결과 울릉도에서 가장 멋진 여행은 트래킹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형이 험해 자전거는 힘들고, 자동차는 여행은 원래부터 관심이 없는데다, 그림같은 풍경들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으니 트래킹이 최적의 선택.

울릉도는 섬 중에서도 절벽이 많고 지형이 험해서 180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사람들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지형상 농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도로도 많지 않은데 교통의 핵이라
할 수 있는 해안일주도로마저 섬 전체를 잇지 못하고 끊겨서 원이 되지 못하고 C자 형태를 이루고 있다.(몇 십년째
도로완공 계획만 있다고..) 일주도로를 따라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버스와 대중교통의 부족함을 메워주는 택시가
거의 전부다. 울릉도처럼 아름다운 섬이 개발의 손길로부터 멀리 있다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이처럼 이동이 쉽지 않은 울릉도에는 구석구석 트레킹 코스가 자리하고 있다. 첫 코스는 도동과 저동을 연결해주는 해변산책로. 밥을 먹고 났더니 2시가 다 되어 오후에는 가벼운 코스를 선택했다.

>> 해변 산책로는 없는 길을 인위적으로 낸 것이다. 파도가 심하면 위험하다고...여행 내내 날이 흐렸다. 그래서
파도는 더 거칠었다.

>> 울릉도는 섬 전체가 굉장히 음습하면서도 거칠고 생명력 넘치는 야생의 느낌을 준다.

>> 절벽을 따라 걷다가 절벽을 올라서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 전체적으로 울릉도의 식생은 지금껏 겪어온 육지의 식생과 느낌이 사뭇 다르다.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하면서
원시적인 모습도 간직하고 있다.

>> 중간 기점인 등대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지나온 길을 내려다 본 모습. 절벽을 따라 난 길이 인상적이다.

>> 다시 해안가로 내려서니 아기자기한 길이 이어진다. 길은 다양한 모습으로 조금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아주 느릿느릿 걸으며 사진도 엄청나게 찍는다. 날이 흐렸지만 기분은 좋았다. 

>> 이 길은 대략 두시간 정도 코스라는데 천천히 걸었더니 어느덧 해가 저물라 한다. 길의 끝에는 요런 신비스런 놈이 기다리고 있다. 말괄량이 삐삐나 보물섬에 등장하는 해적들의 아지트 같은 이 곳. 구멍난 해골이라도 걸려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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