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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주 1, 천년고도와 관광지 사이에서

칸나일파 2011. 11. 24. 21:23
자전거 여행은 언제나 대형 프로젝트로 인식된다. 가장 큰 장애물은 목적지까지 운반이다. 그 다음은 목적지가 자전거여행 친화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인프라가 부족할수록 준비는 더 철저해야 한다. 자전거 열풍이 불고 있다지만 대부분 전시행정의 산물일 뿐. 일상적인 영역에서 자전거는 여전히 큰 마음을 먹어야 친숙해질 수 있는 물건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자전거의 유용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그런 한국에서 자전거 여행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동네가 경주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부터는 언젠가 한 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2박 3일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하자. 해외여행은 무리고, 국내여행을 해야 하는데. 어르신들은 대부분 때로 몰려다니며 관광지를 찍고, 찍고, 거기서 사진도 찍고, 찍고 다음 장소로 무브, 무브, 무브. 그에 비해 젊은 사람들의 여행 패턴은 좀 더 다양해졌다. 정보유통 속도도 빠르다. 그래도 항상 주요포인트를 찍으며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여행은 뭔가 2% 부족한 아쉬움을 남긴다. 쉽게 지루해진다고 할까? 마치 숙제를 하듯 목적지를 순회하는데 목적지에 이르면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경주에 가보라. 왕들의 무덤이 가득한 곳에서 무덤은 자꾸보면 무덤덤해진다.
(-.-;;)

시작을 이렇게 써놓고 보니 민망한데, 이 번 여행에서는 자전거를 들고 가지 않았다!!
아 물론 가서 빌렸다. 빌려서 계속 타고 다녔다. 그렇지만 자전거 여행이라고 하긴 뭐하다. 내 자전거를 들고 가지 않았다. 그게 뭔 차이냐면, 자전거 여행에서 자전거는 단순히 이동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내 몸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람과 함께 시간의 결을 쌓아간다. 젖산이 쌓이면 근육이 피로를 느끼듯 주행을 많이 하면 체인에서 골골대는 소리가 들린다. 경쾌한 내리막길을 질주할 때면 페달없이 자연의 힘으로 저절로 굴러가는 자전거가 경쾌한 소리를 질러댄다. 그래도 경주 여행 덕분에 내 자전거로 여행해야 제 맛이라는 뻔한 생리를 제대로 절감한 셈.

>> 천년 고도의 신비??

>> 이틀 동안 머물렀던 <경주 게스트하우스> 경주역 부근에 있다. 계란후라이와 빵이 무제한 공짜. 간단한 요리도 가능. 제주도나 경주에는 요런 게스트하우스가 꽤 많이 생긴 듯.

>> 맵을 보고 일정을 자세히 짜주시는 게스트 하우스 쥔장. 한국 쥔장의 전형적 이미지는 늘 반쯤 취해 있고 말걸기를 기다렸다는 듯 수다스러운 애정결핍자들.

>> 분황사 석탑. 유적을 따라가는 여정도 제법 좋아하는 편이다. 민족적 감흥은 전혀 없으나 시간의 결을 추적해가는 고고학적 호기심을 채워가는 과정이 재밌다.

>> 황룡사터

>> 처마끝을 장식하는 수막새, 암막새들. 논술기출문제로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경주국립박물관은 꼭 들러봐야할 일정. 공짜인데 제법 볼 게 많다.

>> 박물관에 전시된 귀여운 조각상들. 갖고 싶다.

>> 날씨도 도와준다.


>> 가을 코스모스가 여유롭다.

>> 시공간과 분위기를 잘 조화시킨 집

버스를 타고 내려 게스트하우스까지 걸어가서 짐을 풀고. 오후 내내 게스트하우스 주변을 중심으로 돌았다.
저녁에 갔던 안압지 야경도 멋졌는데 카메라가 그걸 담아내지 못한다. 쩝...
도미토리형 숙소에는 나 말고 2명이 더 있었는데 심심했던지 술이나 같이 하자고 했으나 바로 거절.
여행가서 딴 사람 사귀는 거 안 좋아한다. 책 읽다가 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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