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얼마 전 남해도로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그래서 여행기를 쓰려고 보니 헐...이게 뭐야 올해 4월에 다녀 온 태국여행기를 안 끝낸 것이다. 쩝...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다녀오자마자 열심히 썼었는데 마지막 편을 안 썼다니...아무튼 이것도 기록이니 순전히 훗날을 위해 마무리 시작.

방콕에서 마지막 3일을 보냈다. 치앙마이 위주로 계획을 짰고, 방콕은 너무나 대도시라 큰 기대도 없던터. 그냥 쉬다가자 컨셉이었다. 숙소는 사톤지역에 위치한 로얄킹호텔. 사톤지역은 서울로 치면 강남같은 부자동네인데 깔끔하긴 하지만 서울과 크게 다른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길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깔끔하게 교복을 빼입고 있지만, 흡사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한국의 고등학생들. 예의 학교-학원-집으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생활에 길들여진 느낌과 비슷한. 내 인물묘사에는 다분히 이런 과도한 도식화의 위험이 내재하지만...지상철(여기서는 전차가 하늘로 날라다녀. 주로 상류층이 이용한다고 한다.) 내부 모습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고, 2개 노선 뿐인 지상철은 부유한 지역들을 두루 뚫고 달린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일까? 방콕에서는 잘 의욕이 나질 않았다. 왜 이런 기분이 들까? 가령 파리같은 대도시에 갔을 때는 어땠을까? 도시란 본디 온갖 욕망이 과잉으로 흘러넘쳐 늘 어떤 불편함을 주기 마련이지만 거기에서는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촉수가 작동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방콕에서, 특히 방콕 부자동네에서 유난히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상하다. 난 그저 어디서든 적당히 이방인일 뿐인데...그래서 마음을 바꿨다. 괜히 빈정대지 말고 방콕의 다양한 매력을 찾아 나서기로. 막상 다녀보니 방콕에서 좀 더 의욕을 부리지 않았던 게 후회되었다. 단지 몇 개의 사원과 백화점, 그리고 고작 몇 장의 사진으로 예측한 이미지가 전부는 아닐텐데...

그래서 다음에 태국에 간다면 방콕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 같다. 마지막 며칠은 그렇게 조금 늦게 발동한 궁금증 덕분에 가능성을 남겨 두고 마무리 되었다.

>> 방콕 지상철(숙소가 있는 크롱돈부리역). 노선은 2개. 태국인들은 요금이 비싸서 많이 쓰는 편은 아니란다.

방콕 시내에서 쇼핑을 가자 많이 하는 곳은 백화점과 쇼핑몰이 몰려 있는 씨얌지역이다. 여기에서 씨얌 씨리즈 쇼핑몰들과 마분콩을 비롯해 크고 작은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서울 명동 일대와 비슷한 분위기다. 씨얌이 백화점이라면 마분콩은 밀레오레랑 비슷하다. 여기서 많이는 못 건졌지만 아주 드물게 레어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태국 사람들은 체형이 작은 편이라 어떤 옷들은 크기 때문에 못 사는 경우도 있다.
옷 사는 건 별 관심이 없었고 먹는 데 관심이 많았던지라 평소 찾기 힘든 맛집을 찾았다. 스시부페는 강추다. 한국에서는 가격 때문에 먹기 힘들기도 하지만 스시부페를 거의 본 적이 없다. 태국 시내에 몇 군데 있는데 가격대 성능비를 생각하면 정말 후회없다. 막상 스시부페 가서 제일 손이 가는 것은 다양한 오뎅. 아 정말 일본 오뎅은 맛있다. 부드럽고 쫄깃한 오뎅이 종류가 디럽게 많다. 근데 거의 다 맛 있다. 재밌는 것은 손님이 많아서 그런지 시간제한이 있다. 1시간 15분 정도였던거 같은데 충분히 먹기에 넉넉한 시간이다.

>> 스시부페를 두 군데 갔었는데 여기는 회전초밥집 형태. 자기 국물을 끓인다. 그리고 회전하는 접시 중 아무거나 집어서 샤부샤부처럼 끓여 먹으면 된다. 또 다른 곳은 접시가 회전하는 형태가 아니고 진열되어 있는 음식을 자기가 직접 가서 가져오는 형태였다. 회전식 부페가 더 맛있었다. 오뎅짱~~


그리고 마지막 주말 오래 기다려왔던 짜뚜짝 시장을 찾았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짜뚜짝 재래시장은 동대문 평화시장과 비슷한 구조인데 상점이 너무 많아서 한 번 들어갔던 곳을 다시 찾기는 거의 불가능. 따라서 지나치게 신중한 쇼핑은 득템에 방해가 된다. 만약 맘에 드는 상품을 발견했다면 그냥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너무 고민하다 나중에 다시 사고 싶어도 가게를 찾지 못하는 수가 있다. 그리고 애초에 그 많은 가게를 다 둘러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그냥 내키는대로 막 돌아다니다가 맘에 드는 거 있음 낼름 집어 사는 게 좋다. 물론 래어 아이템인 경우에...
흔한 상품들은 좀 더 열심히 둘러보다 사도 좋다. 다 비슷해 보여도 조금씩 품질이 다르다. 그리고 가격은 아무리 비싸도 한국보다는 훨 싸니까 너무 흥정 많이 하지 말고 적당히 깎아준다 싶으면 사는 게 좋을 듯...요번에 아껴둔 돈을 짜뚜짝에서 다 쓰리라 마음 먹었지만 결국 돈이 많이 남았는데(그렇게 많이 가져가지도 않았는데 말이지...) 생각해보면 사고 싶은 것들 좀 더 과감히 샀어도 좋을성 싶었다. 다음에 가면 좀 더 과감해질 수 있을 듯...
짜뚜짝 시장은 진짜 별 잡다한 걸 다 판다. 치앙마이 나이트바자에서 놓친 물건이 있어도 섭섭하지 않은 게 여기 다 있다. 거기서 구매한 품목이 정말 잡다했다.

>> 태국여행 마지막 날. 술 한잔이 들어가고...태국에서 샀던 모든 것들을 전시해놓고 패션쇼하고 춤추며 놀았다.

그렇게 달달한 태국여행 마지막 날이 갔다.
우리는 일생을 거쳐 얼마나 많은 여행을 할까?
매번 여행을 갈 때는 설레이지만 돌아오는 길은 아쉽다. 그리고 어지간하게 강한 기억이 아닌 이상 한 번 갔던 곳은 다시 가지 않는 게 내 여행스타일이다. 주어진 시간에 비해 갈 곳은 너무 많고, 그래서 갔던 곳을 또 가는 건 시간이 아깝다. 그래서인지 돌아오는 길은 영원히 다시 가지 않을 길이라 생각하면 많이 아쉽다.
그러나 태국은 꼭 다시 오리라 생각한다. 치앙마이에서는 몇 달쯤 이방인으로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한다.


>> 안녕...방콕+태국에서의 마지막 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