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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유와 성찰]위력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기사 참고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08242030005


어제 타임라인에서 이 글이 가장 많이 보였다. 지금 시기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성찰이 돋보이는 글이었기에. 이런 기분 저마다 다르지만 학교, 군대, 직장 등 삶의 현장 곳곳에서 느끼지 않을까?

내 경우엔 감옥이 그런 곳이었다. 일상적으로 굴러가는 시스템 속에 드러나지 않는 숨막힘. 어차피 1년 6개월만 지나면 된다는 생각이었기에 그냥 참자는 컨셉이었다. 그래도 성격상 가끔 쏟아져 나왔다.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사동마다 소지가 2명씩 있다. 제소자 중에 죄질이 무난한 사람을 뽑아서 사동 잡일을 시키는 것이다. 당신이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상상하는 그 정도는 아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봤다면 그래도 제법 비슷하다. 각 사동에는 총 15개 정도 되는 방이 있었고 1, 2호실은 독방이다. 독방에는 공안사범이나 소위 범털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소지로 있던 사동 1호실에도 유명한 정치사범이 수감되어 있었다.

교도관은 그 정치사범의 빨래, 설거지 등 온갖 잡일을 소지들에게 시켰다. 당연히 월권이었고 부당한 지시였다. 하지만 관행상 많은 곳에서 그렇게 하고 있었다. 더러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지들은 그 대가로 영치금을 받기도 했다. 문제가 될 거 같았는지 나에게는 처음부터 그 일을 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동료는 꾸준히 그 일을 했다. 교도관에게 문제제기를 했다. 부당한 지시 아니냐고. 영화에서나 볼법한 답이 돌아 왔다.

"나는 아무 것도 하라고 한 적이 없다."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그 소지는 계속 그 일을 하며 적당히 챙길 것을 챙겼다. 그조차 내가 문제제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모든 곳에 위력이 작동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역할을 수행했고 어디에도 문제는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나만 가만 있으면 어디에도 문제는 없었다.

남자 가운데 30% 정도가 군대 다시 가는 꿈을 꾼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다. 어쨌든 그게 가장 흔한 악몽이란다. 내 경우엔 감옥 꿈을 종종 꿨다. 공부를 오래한 사람들은 학교 다시 가는 꿈을 꾸기도 한단다. 내 경우엔 학원강사를 관두고도 학원가는 꿈을 자주 꿨다. 수업준비가 제대로 안돼 후달리는 꿈을.

여성은 상당히 많은 사람이 강간, 성폭력, 성추행 등에 시달리는 악몽을 꾼단다. 남성에게 학교, 군대, 직장, 감옥 등 곳곳에 위력이 공기처럼 작동한다면 여성에겐 어떻겠는가? 악몽의 현장은 삶의 모든 곳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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